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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중국

중국경제 콘서트(1) '결국 중국 탓인가?'

중국경제 콘서트(1) '결국 중국 탓인가?'

 지난 주말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이야기가 있는 이루마 콘서트'였습니다. 피아노를 즐기는 아들과 함께 갔지요. 손범수 아나운서 부부가 사회를 보고,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이루마씨가 연주했습니다. 잔잔했습니다. 마치 내 가슴 속에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콘서트 내내 '나도 저런 콘서트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경제 콘서트'를 열고자 합니다. 중국경제를 주제로 사이버 콘서트를 열겠습니다. '중국 경제와 관련된 에세이'정도가 되겠네요. 쉽게 쓸테니, 부담없이 읽어 주세요. 인터넷 공간에 열린 작은 음악당이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세요. 중국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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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휴가를 얻어 아내와 함께 로마에 다녀왔습니다. 매달 20만 원 씩, 2년 간 부었던 '계 돈'을 타서 갔더랬지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유럽 경제가 불안하다고 하잖아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되, '왠지 축 늘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품점에 들러봤습니다. 중국인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맛이 쪼금 가는 유럽, 떠오르는 아시아'라는 생각도 했지요.

 '왜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재정위기에 휩싸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아내에게 하면 '놀러온 거야, 취재 온 거야?'라고 핀잔합니다. '지독한 직업병'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기차를 타려고 뒷 골목을 지나는데 한자 광고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옷가게였지요. 화교들이 운영하는 숍이었습니다.

로마화교.jpg

 "이 물건 파는 거냐?"
 "우리는 도매만 한다. 중간 상인들이 와서 볼 샘플이다."
 "어디서 오는 물건이냐?"
 "쩌장(浙江)성 이우(義烏)에서 온다."
 "화교냐?
 "그렇다. 부모님이 원저우(溫州)출신이다."

 말로만 듣던 원저우 화교를 유럽에서 만나게 된 겁니다. 그 골목으로 접어드니 긴 거리 양변이 모두 중국 상품 도매시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이탈리아 전역으로 중국상품이 퍼져나간다고 하더군요.

 로마 시내 쇼핑센터에 들렀습니다. 명품의 나라라 역시 달랐습니다. 수 십만 원 짜리 구두와 핸드백이 고객을 유혹했습니다. 그러나 호화 쇼핑센터 뒷편에는 역시 중국산 제품이 즐비했습니다. 원저우 화교들이 공급했던 바로 그런 종류의 옷이었습니다. 고급백화점보다 사람도 많고, 훨씬 잘 팔리는 듯 보였습니다. 경기가 안 좋을 수록 더 잘 팔린다는군요.

 이탈리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들의 천재성은 인류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의 예술성은 오늘에도 이어져 명품 부국이 됐습니다. '프라다' '페라가모' '구찌'…. 명품 제국입니다.  그런 나라에 지금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겁니다. 쌀벌레 쌀 파먹듯 말입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팔리는 중국산 제품은 중국의 쩌장성의 한 시골에서 만들었을 겁니다. 옛날이라면 달랐겠지요. 모두 이탈리아인들이 만들었을 겁니다. 맵시있게 제품을 만들었던 이탈리아의 수공업자들은 저임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막강한 생산력에 밀려 일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이탈리아는 중국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것이겠지요. 실업이 늘어났을 겁니다.

 유럽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나라입니다. 실업자가 생기면 국가에서 돈을 들여 보살펴줍니다. 실업이 늘어난 만큼 국가재정은 어려워질 겁니다. 이탈리아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중국에서 싸구려 제품이 수입되는 것 만큼 이탈리아의 실업이 늘어나고, 국가 재정이 어려워집니다. 세계공장 중국의 등장이 명품 제국 이탈리아를 타격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유럽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다는 논리가 가능합니다. 지금 유럽이 겪고 있는 재정위기의 저 밑바닥에는 '중국'이 있는 겁니다. 중국 탓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지요.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의 오류라고요?
  맞습니다. 여행자의 엉성한 얘기이지요.

  자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요?
  다음 회에는 텐진(天津)으로 가보겠습니다.

 
  우디

  Wo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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