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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전쟁터 삼성-엘지 ‘만시지탄’

전세는 같게 읽되, 전략은 달리 쓴다
스마트폰 전쟁터 삼성-엘지 ‘만시지탄’
늑장대응 반성…“적보단 친구 만들어야”
‘독자운영체제 구축’ 삼성 적극, 엘지 관망
한겨레 김재섭 기자
» 스마트폰 전쟁터 삼성-엘지 ‘만시지탄’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2위와 3위인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늑장대응을 함께 반성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업 강화 전략을 놓고서는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1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디어 솔루션 센터(MSC)를 1~2년 앞서 만들었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 센터는 운영체제인 ‘바다’를 포함해 모바일용 소프트웨어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곳으로, 3년 전 최 사장이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있을 때 만들었다. 그의 말에는 미디어 솔루션 센터를 좀더 일찍 만들어 운영체제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서둘렀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 등에 기선을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란 반성이 묻어 있다.

안승권 엘지전자 휴대전화사업부문 사장도 이날 전시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스마트폰 시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 흐름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처하고 있었는데, 소비자들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지전자는 세계 3위 휴대전화 회사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폰 사업은 뒤늦게 쫓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사업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에서도 두 사람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 사장은 “무엇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2위 업체이다 보니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쓴다”며 “전략과 맞지 않으면 발을 담그지 않되, 이 과정에서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사장 역시 “세계적인 통신업체, 스마트폰 운영체제 공급업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물밑으로 활발한 합종연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생태계가 갈수록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적을 만드는 것은 망하는 길을 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미래 휴대전화 사업 전략에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미디어 솔루션 센터에 13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더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가 못 가졌는데 탐나는 기술이 있으면 사거나 개발업체를 인수합병해서라도 소프트웨어 쪽의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살 길을 바다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두는 것이다. 반면 안 사장은 “당분간은 안드로이드아이폰을 빼고는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엘지전자는 적어도 앞으로 2~3년 안에는 독자적인 스마트폰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사장은 휴대전화 터치방식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 한자를 쓰는 동양권의 소비자들은 섬세하게 반응하고 필기체도 사용할 수 있는 감압식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정전식은 영어를 쓰는 미국시장에 유리하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아 감압식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