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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이슈와 전망] "과기 4강" 꿈은 이뤄진다

[이슈와 전망] "과기 4강" 꿈은 이뤄진다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

7번의 월드컵 본선 진출 끝에 한국 축구 대표팀은 드디어 원정 첫 16강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이번 월드컵 16강의 쾌거는 결코 쉽게 얻은 것이 아니다. 역대 최악의 팀으로 선정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2002년엔 4강 신화, 그리고 이번 승리에 이르기까지 숱한 패배를 경험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이러한 성과를 이루게 만들었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승리만큼이나 세상에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학기술일 것이다. 지금 세계에선 월드컵만큼이나 치열한 시합이 과학기술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에서 우리와 일본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자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월드컵을 두고 본다면 일본은 우리를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달 14일 우주 미아로 낙인 찍혔던 일본의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가 7년만에 무사히 귀환하였다. 일본은 이미 1970년도에 첫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였으며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금성탐사선까지 우주로 쏘아 올렸다.

그에 비해 우리의 염원을 실은 나로호는 발사된지 137초만에 추락하였고 아직까지 폭발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나로호 개발은 우리의 순수 기술력이 아니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폭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를 두고 향후 러시아 연구진과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약 5000억의 예산을 투자하고 7년여를 기다린 나로호 발사였다. 그러나 잔해 수거에서부터 원인 규명까지 우리의 기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월드컵 8강 탈락만큼의 안타까움을 남긴다.

과학기술은 장기적인 계획과 지원이 밑받침되어야만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초과학분야가 그렇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이후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기초과학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 동안의 오랜 실패와 기다림 끝에 노벨 과학상 13인을 배출했다.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무려 72년을 기다렸으며, 우주 기술 개발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20년을 앞서 시작하여 50여년을 견뎌냈다.

우리는 이제 해방 이후 60여년이 흘렀을 뿐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시작한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눈부신 성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미래를 고려한다면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관심과 투자를 받아야할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계획되어 있던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 개발 예산의 절반이 삭감되었고 나로호 3차 발사마저도 불투명하다. 바로 과학기술을 지나친 단기성과 위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과학기술이었고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비좁은 우리나라로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일관되고 전폭적인 지지만이 불확실한 미래의 삶을 해결할 수 있다. 나로호의 실패에 실망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교훈삼아 당장의 먹거리와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8강을 위해 노력했던 축구 국가대표들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강국을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쳐주자. 56년간의 긴 기다림 끝에 이뤄낸 월드컵의 승리처럼 우리의 과학기술도 장기간의 인내와 열광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과학기술 4강의 꿈은 반드시 달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