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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더블 딥? 숨고르기?… 세계 경제 갈림길에 서다

더블 딥? 숨고르기?… 세계 경제 갈림길에 서다

국민일보 | 입력 2010.07.04 18:46

 

'글로벌 더블 딥(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하는 현상)'이냐, '일시 조정'이냐.

최근 발표되는 G2(미국과 중국)의 고용 제조업 주택 등 각종 경기 지표들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기의 진단과 향후 방향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까지 거론하며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각국의 재정투입의 '약발'이 끝남에 따라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신호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위기 이후 비중이 커지고 있는 G2의 세계경제 내 역할에만 초점을 맞춘 과민반응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크게 봐서 경기는 회복과정에서 추세선을 중심으로 들쭉날쭉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며, 이번의 경우도 회복추세 속의 일시적인 숨고르기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우세한 편이다.

◇'G2 리스크'의 시작?=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달에 비해 12만5000명 줄었다고 2일 발표했다. 고용 감소 폭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이고,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앞서 미국 제조업지수 하락,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상승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지난달 제조업지수는 56.2를 기록해 전달 59.7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6월 26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전주 대비 1만3000건 증가한 47만2000건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 수치도 전문가 예상치인 45만5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중국의 제조업경기 지표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CELP)가 발표한 지난달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52.1을 기록하며 전문가 예상치 53.2를 밑돌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미국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 CNBC에 출연해 "유로존과 일본이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미국에 타격을 줘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다시 미국 경기둔화가 유럽과 일본의 더블 딥을 부르고 중국 경기 둔화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873년, 1929년에 이은 제3 공황 초기단계에 진입해 있다. G20이 최근 합의한 재정긴축 기조가 본격화되면 더블 딥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숨고르기일 뿐, 더블 딥은 없다"=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관론의 근거가 '재정투입 끝=경기회복 약발 종료'라는 가정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4일 "더블 딥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정도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완만하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 침체로 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더블 딥 우려는 경기를 중장기적, 기조적 시각에서 본다기보다 단기적인 지표 변동에 민감한 시장의 분위기에 치우친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며 "미국 고용지표 등에 영향을 미친 특수요인들이 있었는지,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좀 더 분석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 급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비상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찬희 김아진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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