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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이슈와 전망] 한국의 알래스카

[이슈와 전망] 한국의 알래스카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

"The world in his Arms"는 1952년에 유니버셜 픽처스가 제작한 해상 어드벤처 영화로서 국내에서는 "세계를 그대 품안에"로 소개되었다. 렉스 비치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그레고리 펙과 앤 블라이스, 안소니 퀸이 열연하였는데,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매입하려는 야망에 불타는 물개 밀렵선 선장 클락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러시아 왕자와 정략결혼이 예정되어 있던 백작부인 마리나를 구해서 항해를 떠난다는 줄거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제목에 매료되고, 물개를 밀렵하는 충격적인 장면에 놀라고, 다이내믹한 해상 경주와 사나이들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멋진 그레고리 펙과 아름다운 앤 블라이스에 홀렸다. 그러나 정작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나중에 알게된 알래스카의 역사였다.

알래스카는 1867년 러시아로부터 미국이 720만달러에 매입하였다. 남한 면적의 15배가 되는 땅을 평당 약 0.0016센트로 산 셈이다. 그러나 당시에 언론은 비난을 쏟아냈다. `세어드의 어리석은 짓', 앤드루 존슨의 `아이스박스', `북극곰 정원' 등 그들의 비난의 요지는 털 덮인 멸종위기의 동물이 조금 남아 있는 얼음덩어리 땅을 매입했다는 것이었다. 상원에서의 비준도 통과에 필요한 2/3를 단 한 표 차이인 27대12로 이뤄졌다.

중요한 것은 밤을 새운 협상과정에서 알래스카의 가치를 단지 물개밀렵규모 가치정도로만 보았다는 것이다. 알래스카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나 1895년부터 금광이 발견되면서이다. 그리고 더 큰 지정학적인 전략적 가치를 알게 된 것은 세계 2차대전 이후이다. 자원측면에서 알래스카의 생산규모는 1868년부터 2002년 사이에 3900억 달러에 달하였다. 향후 10년 간 원유로만 4550억 달러, 금으로 800억 달러를 벌어드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귀한 자원이 발견되어 개발되고 있다. 오늘날 알래스카는 미국의 희망이자 미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편 팽창정책을 펴온 러시아제국이 알래스카를 매각한 까닭은, 크림전쟁에서 패한 러시아가 주적으로 인식되던 영국의 침투로부터 알래스카를 지키는데 소요될 재정적인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당시 재정러시아 연간 예산이 5억 루블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매각수입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미국정부도 1867년 세입이 4억 9100만 달러, 세출이 3억 4700만 달러로 잉여규모가 무려 1억 4400만 달러였으니 720만 달러의 조약을 투자적 성격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당시 거래를 지지하는 입장들은 러시아가 남북전쟁당시에 북부군을 지지하였다는 것과 평화를 위해 영국을 공동 견제하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 명분을 따랐던 미국의 행운과 실리를 따랐던 러시아의 불운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멀리 보는 미래에 대한 예지력과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도 알래스카가 필요하고 이를 가슴에 품고 항해하는 젊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알래스카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우리의 알래스카는 역동적인 문화와 인적 자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알래스카가 아닐까? 개방된 사회, 경제, 정치가 아니면 창조적 역동성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더 크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위해 미래비전의 공유가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