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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갈 데까지 가겠다…아직 양 안차”

허정무 감독 “갈 데까지 가겠다…아직 양 안차”
나이지리아와 2-2…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우루과이와 16강전…아르헨은 그리스 2-0 꺾어
하니Only 김창금 기자기자블로그
» 【더반(남아공)=뉴시스】이동원 특파원 = 23일(이하 한국시간)오전 남아공 더반에 위치한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나이지리아와 2대2로 비기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선수들이 경기종료후 자축하고 있다. dwlee@newsis.com
한국축구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2회전 진출의 쾌거를 일궜다.

허정무 감독의 축구대표팀은 23일 새벽(한국시각) 남아공 더반경기장에서 열린 2010 월드컵 B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이정수(가시마)와 박주영(AS모나코)의 연속골로 2-2로 비겼다. 한국은 1승1무1패(승점4)로 조 1위 아르헨티나(3승·승점 9)에 이어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녀 진출한 이래 나라밖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회전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54년엔 16개국이 참가했으나, 조별리그에서 헝가리(0-9패)와 터키(0-7패)에 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에 진출했으나 국내 개최 월드컵이었다. 밖에 나가면 약했던 한국 축구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박빙 접전. 나이지리아는 16강 진출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고 막판휘슬까지 끝까지 한국의 문전을 노렸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라진 위기관리 능력과 득점력, 투혼으로 “다기 오기 어려운 기회”에서 극적으로 웃었다.

초반 12분 상대 공격수 칼루 우체(알메이라)에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와 해결사 박주영이 전반 37분, 후반 4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박주영은 두번째 월드컵에서 골을 신고해 기쁨이 두배였다. 한국은 후반 24분 김남일(톰 톰스크)의 백태클로 인한 페널티킥을 야쿠부 아예그베니(에버턴)이 넣어 비상이 걸렸으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청용(볼턴)의 영리한 공격 운용으로 승점 1을 지켜냈다.

» 【더반(남아공)=뉴시스】이동원 특파원 = 23일(이하 한국시간)오전 남아공 더반에 위치한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전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박주영이 골세러모니를 펼치고 있다. dwlee@newsis.com
 
한국 축구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한 날이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은 5월 대표팀 소집부터 이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며 대회에 임했다. 체력강화를 위해 레이몽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코치를 영입했고, 선수들의 운동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기력 측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고지대 경기에 대비해 오스트리아 전지훈련과 남아공 베이스캠프를 1천m 고지에 세우는 등 유비무환의 자세로 경기에 나섰다. 치밀한 준비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선수단을 다스린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허정무 감독은 “유쾌한 경기” “즐기는 경기”를 외치며 과거 경직됐던 대표팀 분위기를 신세대 풍으로 바꿔 놓았다. 그라운드에서 주눅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뼈아픈 과거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새로운 분위기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키워주었고, 첫 경기 그리스전 승리(2-0)로 상승세는 더욱 거세졌다. 2차전 아르헨티나전 패배 뒤 잠시 분위기가 침체했으나, 허 감독은 “평생 다시올 수 없는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패배 분위기는 이튿날 사라졌고, “해보자”는 분위기가 선수단을 새롭게 무장시키며 실속축구를 완성했다.

허 감독은 더 나아가 선수단 운영에서도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다. 평균 5일에 한번씩은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이클을 조절했다. 허 감독은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조급한 마음에 1~2시간 더 운동한다고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양에 치중한 대한민국 축구의 질적 변환을 몸으로 보였다.

국외파 이청용과 박주영, 박지성 등 일찍이 큰물을 경험한 선수들이 보강되면서 뒷심이 강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허 감독은 붙박이였던 이운재(수원) 대신 신예 골키퍼 정성룡(성남)을 과감히 기용하는 파격적인 용병술로 새로운 도전을 유쾌하게 마감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허정무 감독은 “갈 데까지 가겠다. 선수들은 아직 양이 안 찰 것이다” 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일단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로 이동한 뒤, 26일 밤 11시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예정된 A조 1위 우루과이와의 대결을 위해 24일께 움직일 예정이다. 아르헨티나는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이겼다. 그리스는 3위(1승2패), 나이지리아는 4위(1무2패).

더반/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