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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공감대 김수행 교수, 미 NBER 경기분석 가장 신뢰해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공감대 김수행 교수, 미 NBER 경기분석 가장 신뢰해 2010년 06월 21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경제학의 두 가지 흐름인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은 똑같이 시장과 그와 관련된 현상들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그중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의 정의에 따르면 주류 경제학은 “목적과 한정된 수단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 행태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인간 행태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분석해나가기 때문에 미시적인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비주류 경제학자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자본주의 사회를 철저히 파헤치고, 그 배후에 있는 역학관계와 모순을 밝혀내려고 노력한다. 개인 중심이 아닌 사회 중심의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주최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주최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정치경제학)는 비주류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그동안 세계대공황이 반복해서 발생했는지를 설명했다.

최근 미국 NBER 예측, 충격적일 만큼 옳아

김 교수는 경제가 왜 여러 가지 상이한 국면을 거치면서 순환하고 어떻게 공황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경기순환에 있어 현재 가장 믿을만한 자료들을 내놓고 있는 곳은 미국의 경제연구단체인 전국경제조사국(NBER)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단체가 경기후퇴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때, 미래에 관한 예측에 의거하지 않고 ‘현재의 경제상황’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과 현재의 경제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제 전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경제 활동을 검토해야 하며, 이 전체적인 ‘경제활동’을 검토하는 작업에는 ‘국내 생산’과 ‘실업자’에 관한 지표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올바른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NBER은 1920년에 창립된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조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인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31명 중 16명이 이 연구소와 관련된 사람이다. 현 소장인 마틴 펠스타인을 비롯 3명이 미국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김 교수는 경기순환에 관한 NBER의 시각과 관련, 주가조작을 예로 들었다. 주식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흔히 호황이 왔다고 좋아하는데 , 주식가격은 자금을 많이 가진 투기꾼들의 조작에 의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NBER이 경기순환을 국내 생산과 실업자 증감을 중심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경제학의 큰 진보이며, 또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마르크스 ‘공황’과 NBER '경기후퇴‘는 비슷한 개념

NBER 시점확정위원회는 2008년 12월1일 “2007년 12월을 경제활동의 꼭대기로 결정함”으로써, 경기후퇴(recession)가 주가폭락 등에 의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전체적인 척도인 ‘국내생산’과 ‘고용’의 현실적인 동향에 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정치경제학) 
NBER은 경기순환을 밑바닥,확장국면,꼭대기,축소국면,다시 밑바닥의 순환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꼭대기에 이어 나타나는 경기후퇴(축소국면)에 대해 “경제 활동이 2~3개월 이상 계속애서 현저하게 저하하는 것을 가리키며, 생산·고용·실질소득과 기타 지표에서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점확정위원회는 경기후퇴가 경제의 한 부문에 국한된 축소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축소이기 때문에, 국내생산과 고용이 경제활동의 가장 중요한 개념적 척도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다수의 고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작성하는 지표인 ‘종업원 수(payroll)'가 고용에 관한 가장 믿을 만하고 포괄적인 추계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계열(time series)이 2007년 12월 꼭대기에 도달했으며, 그 이후 매달 감소했다고 말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 교수는 마르크스 역시 ‘자본론’에서 경기순환이 노동자와 자본가 및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가 대체로 회복, 번영, 활황(boom), 공황, 침체, 회복의 국면을 거치면서 성장·발전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주기적인 경기순환의 ‘봉우리(또는 꼭대기)’가 곧 공황이며, 이는 미국 NBER의 ‘경기후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공황국면이란 대략 이런 것이다. 경기회복과 번영 국면을 지나면 산업과 상업, 그리고 금융 자본가들은 경기가 계속 확장될 것을 전망해 과잉생산, 과잉거래, 과잉대출 등을 시도한다.

그 결과는 활황으로 이어지지만 얼마 안 있어 상품들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산업·상업 자본가들은 채무를 갚기 위해 상품들을 헐값에 팔거나 채무를 갚지 못해 도산한다는 것이다. 금융 자본가 역시 기존 대출을 회수 못해 도산하게 되는데 이는 곧 상품가격 폭락과 실업, 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이 국면을 ‘공황(crisis)’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경기회복을 목전에 둔 위기국면

마르크스 ‘자본론’의 주요 무대인 1850~1860년대 영국 경제는 금본위제도를 실시하고 있었고, 정부 역시 기업과 은행 도산을 막기 위한 ‘구제금융’ 제도가 없었다. 그런 만큼 마르크스는 활황국면의 과잉생산과 과잉거래, 과잉대출이 반드시 상공업 기업들과 은행들을 도산시켜 경제전체를 공황에 빠뜨린다고 보았다.

그러나 금본위제도는 1930년대 공황에서 폐기됐으며, 그 뒤 각국은 유일한 법화(legar tender)인 중앙은행권(불환지폐) 발행을 경제정책에 따라 조절하는 ‘관리통화제도’를 확립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업이나 은행이 도산하려고 할 때 이들이 가진 ‘유해한 자산들(toxic assets)'을 매입함으로써 도산을 막을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마르크스의 ‘공황국면’을 ‘위기(crisis) 국면’과 ‘공황(crash)국면’으로 분리하는 것이 지금 현실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제의 상황에서 미국 NBER이 확인한 2007년 12월의 꼭대기로부터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까지가 ‘위기국면’이고, 그 이후가 ‘공황국면’인데, 아직도 실질 국내총생산이나 실업률에 있어 의미 있는 개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황국면을 벗어나 침체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경기순환론에 의하면 지금의 세계경제는 마르크스가 말한 공황국면으로 접어들기는 했으나, 공황국면에 있어 첫 번째 단계인 ‘위기국면’까지 이어졌으며, 공황국면으로 빠져든 것이 아니라 다시 회복국면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NBER은 경제지표, 민간 전망 등을 종합해 경기후퇴의 개시와 종료를 판정하고 있는데, 2008년 12월1일 경기후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한 이후 아직까지 경기후퇴 종료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표가 계속 좋아짐에 따라 미국 경기가 다시 활황에 돌입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의 이날 강의는 서로 반목할 것 같은 NBER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동시에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공감대를 말해주고 있어, 이날 청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6.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