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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의 태블릿 PC, iPad... 진화인가 혁명인가?

Apple의 태블릿 PC, iPad... 진화인가 혁명인가?
* 출처:     * 작성일: 201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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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숱한 소문과 추측을 낳았던 Apple의 태블릿 단말이 ‘iPad’라는 공식 명칭과 함께 지난 1월 27일 전격 공개됐다. 실제 발매는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

iPad의 속성은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지원하는 인터넷 접속형 포터블 단말’로 요약되며, HW 스펙과 가격은 처음부터 매스마켓을 겨냥하기에 무난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iPhone 등 종전 Apple 단말과 마찬가지로 기능상의 제약은 일정부분 존재하며,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벌써부터 iPad의 실패 가능성을 속단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iPad의 성패를 가를 궁극적인 변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굳이 또 하나의 단말이 필요한 이유’를 소비자 앞에 제시할 수 있는지 여부이고, 이는 다시 태블릿 고유의 존립근거를 세우기 위한 콘텐츠 연계 전략의 과제와도 맞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iPad의 성패가 태블릿 단말 시장 자체의 존립 가능성 유무를 시사하는 중대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Introduction 

iSlate, iTab 등으로 불리며 숱한 소문과 추측을 낳았던 Apple의 태블릿 단말이 ‘iPad’라는 공식 명칭과 함께 지난 1월 27일 전격 공개됐다. 실제 발매는 미국 등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오는 3월쯤 단행될 예정이나, ITㆍ콘텐츠 업계 곳곳에서는 이 신종 단말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벌써부터 논쟁이 뜨겁다.

iPad의 성격과 특징

예상보다 낮은 가격과 성능…매스마켓 겨냥한 Apple의 승부수

iPad의 단말 컨셉은 ‘각종 미디어 콘텐츠 소비를 지원하는 인터넷 접속형 포터블 단말’로 요약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태블릿(Tablet)’의 사전적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고, 시야각 제한을 없앤 IPS 방식의 9.7인치 디스플레이와 Apple이 자체 개발한 1GHz급 프로세서가 탑재돼 경량급 노트북에 필적하는 화면 크기와 성능을 갖췄다.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시 메모리를 택하는 등의 절전형 설계로 최장 10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며, 전모델에 공통 적용되는 Wi-Fi 기능은 최신 표준 802.11n을 지원한다. iPhone 식의 멀티터치 UI와 중력센서도 물론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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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iPad의 실제 스펙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컬러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다기능 단말의 기본 틀 자체는 사실상 이미 예고된 바이지만, 지금껏 최첨단 고가형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고수해온 Apple이 최신 넷북 수준의 성능과 가격을 갖춘 무난한 단말로 처음부터 매스마켓을 겨냥한 것은 일종의 파격이라는 이유에서다. 

‘Apple의 종전 전략’을 근거로 제기됐던 일부의 예상은 iPad가 특정 이통사를 전제하지 않는 범용(unlocked) 단말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빗나간다. 사실 iPad는 해당 microSIM 카드를 지원하는 모든 무선망을 월별 결제만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독점 상품[1]이고, 따라서 ‘AT&T-iPhone’ 식의 기존 파트너쉽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 미국 시장에서는 그 조건을 갖춘 이통사가 AT&T 하나로 아직 한정된 탓에 여타 경쟁사의 요금제가 제시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어느 쪽으로도 특화되지 않은 무난함… Pros and Cons

iPad는 적당한 가격과 사양으로 최대한 넓은 용도(동영상/음악 감상, 웹서핑, 게임, 업무 등)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런 ‘무난한 수준의 범용성’은 기존 여러 단말들과의 ‘비대칭적 경합성’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단적으로 e-book 리더로서의 iPad는 해당 분야 대표 단말인 Amazon Kindle에 비해 배터리 사용시간이 현저히 짧고 3G 이용을 위해서는 130 달러의 가격 인상분에 별도의 통신요금까지 동반한다. 그러나 iPad의 컬러화면과 Kindle의 흑백화면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의 비용 이점 역시 기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어서 Kindle의 압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은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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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대표하는 PSP와 견줘도 이런 식의 일장일단은 드러난다. iPad의 가격은 아무리 싸게 잡아도 PSP 최신 모델(PSP Go)의 두 배에 달하며 아직은 대작게임 라인업 측면에서도 열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iPhone용으로 이미 출시된 수만 종의 타이틀을 큰 화면[2]으로 지원하는 것은 게임기로서 iPad가 갖게 될 나름의 경쟁력이다. 

물론 경량급 노트북과 비교하더라도 상대적인 강점과 약점이 존재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자 사이의 기능적 간극(Table 3 참조)은 SW 업데이트에 따라 향후 좁혀질 여지가 있지만 iPad의 폼팩터 자체로 인한 이용 행태의 차이는 사실상의 용도 차이로 귀결될 것이 유력하다. 가령 많은 양의 문서작업이 필요할 경우, 별도의 물리적 키보드를 따로 휴대해야 하는 iPad보다는 기존 넷북이 오히려 더 편한 대안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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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iPad는 기존 포터블 단말들의 주요 기능을 부분적으로 흡수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단말에 가깝다. 이를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사이의 중간쯤’에 놓겠다는 Apple의 구상이 과연 시장에서 실현될지는 더 지켜볼 문제이지만, 스마트폰(iPhone)이나 노트북(MacBook)과의 경합성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지 않으려는 의도만큼은 이미 뚜렷이 실현돼 있는 셈이다.  

콘텐츠 업계의 구원투수? 아직은 그저 Apple의 기대주!

iPhone 콘텐츠 생태계의 폐쇄성 상속… Apple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

이미 기술한 바를 토대로 정리할 때, 콘텐츠 단말로서 iPad가 지니는 속성은 ‘일반적인 웹 콘텐츠 이용에조차 제약이 따르는 Apple 울타리 속의 새 멤버’쯤으로 요약된다. 콘텐츠 경쟁력의 핵심인 App Store에는 오직 Apple 나름의 심사 기준을 통과한 애플리케이션만이 등록될 수 있고, 이 같은 원칙은 iPad 전용 e-book 스토어로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iBooks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확산 촉매로 iPad가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Apple 스스로 소비자와 CP 사이의 문지기 역할을 자처하는 한, 모바일 VoIP 제한이나 일부 ‘불건전’ 콘텐츠 돌연 삭제 같은 과거의 이슈는 향후에도 언제든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iPad 사용자들의 선택지를 제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이 같은 폐쇄성을 Apple의 잠재적 패인 중 하나로 거론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경쟁사 Google의 Android 플랫폼이 ‘개방과 자율’을 기치 삼아 시장을 넓혀갈수록 그 대척점에 있는 Apple 플랫폼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별 단말의 성공이 콘텐츠 업계로부터의 폭넓은 호평을 반드시 전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iPod 신화의 바탕인 Apple iTunes 스토어는 디지털 음악시장 개척의 선두였음에도 불구하고 곡당 0.99 달러의 고정 과금제를 장기간 고수한 탓에 음반업계의 전체적 성장을 오히려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출범 1년 반 만에 14만 건의 애플리케이션을 유치하며 iPhone 확산의 동력을 공급한 App Store 역시 대형 CP들의 매출 독식 심화 등 그 나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양면성을 노출한 지 오래다.
 
따라서 iPad의 성패를 단순히 콘텐츠 에코시스템의 개방성 여하로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써드파티 콘텐츠 흡입력을 이미 충분히 갖춘 Apple[3] 입장에서는 섣부른 플랫폼 개방으로  ‘단말과 S/W 사이의 밀착성’이 희석되는 게 오히려 더 큰 위험일 수 있다. 어쨌든 그들의 본질은 콘텐츠 사업자가 아니라 여전히 단말벤더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존립근거 확보 위한 차별적 콘텐츠는 절실… 주요 후보는 ‘올드미디어’ 진영을 대표하는 대형 플레이어

iPad 출시를 앞둔 Apple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아닌 신종 단말’의 존립근거를 세우는 일이며, 이는 결국 태블릿 PC 나름의 매력을 담보하기 위한 ‘특정 콘텐츠’의 필요성으로 직결된다. 신문/잡지/만화/TV방송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올드미디어’가 모처럼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트북의 여닫기 불편도 없고 스마트폰의 화면 한계로부터도 자유로운 태블릿 단말이야말로 이들 콘텐츠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잡지사 등 올드미디어 진영의 기대도 크다. 사실 이들 중 상당 수는 iPhone의 작은 스크린과 태생적으로 거리가 있다. 특히 출판물의 경우, 한 화면에 그림 한 컷이나 텍스트 몇 줄 출력이 고작인 소형 단말로는 기존 종이책의 편집감을 전혀 재현할 수 없고 광고를 원래 포맷대로 싣기도 어려워 수익 확보에 여러 모로 한계가 불가피하다. 그나마 TV프로그램이나 영화 같은 동영상 콘텐츠는 출력되는 내용 자체에 차이가 없어 비교적 성적이 나은 편이지만, 주인공이 총격을 피해 도주하는 장면에서 정작 그 뒤를 따르는 총알자국이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다면 큰 화면만큼의 재미를 담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iPad가 당장 올드미디어 진영의 고른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차피 Safari 브라우저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소비자의 구매 목록에서 우선적으로 배제되게 마련이고, 이는 다시 극소수 프리미엄 콘텐츠[4]의 매출 독점으로 귀결되기 쉽다. Apple의 콘텐츠 사업이 자본력을 갖춘 대형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비판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갖게 된다. 

본질적인 관건은 ‘시장 포지셔닝 전략’

아직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은 iPad에 관해 벌써부터 논쟁이 뜨거운 것은 이 단말의 성패가 곧 태블릿 시장 자체의 존립 가능성 유무를 시사하는 중대 지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태블릿 형태의 기종은 Toshiba 등에 의해 지난 90년대에 이미 출시된 바 있으나, 터치펜 조작 방식의 종전 인터페이스는 물리적 키보드보다 오히려 더 불편할 때가 많았고, 당시의 무선망 인프라 한계와 3,500 달러를 호가하던 비싼 가격으로는 매스마켓의 호응을 얻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휴대단말과 노트북 사이에 굳이 또 하나의 단말이 있어야 할 까닭’을 소비자 앞에 내놓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Dell, HP, Lenovo, MS 등 주요 단말 벤더들이 지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0 행사 당시 태블릿 형태의 시제품을 다수 공개하면서도 정작 상용화 계획에 관해서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태블릿의 시장 포지셔닝 문제는 단말 보급확대의 장벽이 상당 부분 허물어진 지금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고, 그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기는 대다수 벤더가 일정 부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Apple iPad가 일종의 시장 개척자로서 단일 단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만약 누군가 태블릿의 시장 안착을 위한 ‘모범답안’을 제시해야 한다면,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의 패러다임 변혁을 주도하며 ‘Game Changer’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Apple이야말로 가장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iPad의 성패는 당장의 HW 스펙이나 SW 한계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로 어떤 이용행태를 제시해 소비자를 설득하는가의 문제와 더 연관이 깊다. 그리고 이것은 2010년 벽두부터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의 일차적인 관전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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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8 Things That Suck About the iPad, Gizmodo.com, 2010.01.27
2. Apple iPad vs. Kindle vs. Eee PC vs. PSP Go  Mobilize, InfoWorld.com, 2010.01.29
3. Apple May Wipe Slate Clean for New Tablet Computer, Cellular-news.com, 2010.01.15
4. Apple's iPad: What you need to know, CNET News, 2010.01.27
5. Apple's Own Approach to iPad E-Books Could Confuse, abcNews, 2010.01.31
6. The new Apple iPad is Good for Nothing, India.com, 2010.01.31
7. The Significance of Apple Sticking With AT&T For The iPad, 2010.01.29
8. Unlocked or Not, Your iPad Won't Be Able to Use T-Mobile's 3G Network, Gizmodo.com, 2010.01.27
9. Why iPad will sell despite “missing” features, DigitalBeat, 2010.01.31
10. Why the iPad will kill the netbook (and the Chrome OS) Mobilize, InfoWorld.com, 2010.01.27
11. 태블릿 PC, 올드미디어의 생존 대안으로 부상… Apple의 시장 기폭제 역할도 기대, 스트라베이스, 2010.01.19
12. iPod 신화의 재현을 위한 Apple의 신병기 태블릿 PC… 음악을 넘어 토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하다, 스트라베이스, 2009.08.11
13. 2010년 벽두, Apple이 던지는 또 하나의 도전 ‘태블릿 PC(Tablet PC)’, 스트라베이스, 2010.01.04



1. iPad는 UMTS/HSDPA(850, 1900, 2100 MHz) 및 GSM/EDGE (850, 900,1800, 1900 MHz)를 지원하는 이통사 공용 모뎀을 탑재하게 된다. T-Mobile USA의 3G 망은 1700MHz 기반이어서 초기 모델로는 이용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2. iPad는 App Store의 iPhone 애플리케이션을 큰 화면으로 출력하기 위한 픽셀 보정기능을 갖고 있다.
3. Google의 각종 검색기반 서비스가 Apple을 한참 앞선 것이라 해도, 본질적으로 광고업체인 Google이 iPhone 같은 인기 플랫폼을 배제한 채 굳이 Android 편향으로 일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4. 미국의 유명 스포츠잡지 Sports Illustrated는 태블릿을 겨냥한 멀티미디어 버전을 최근 시연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대다수 군소 잡지사에게 이 같은 ‘대안 상품’은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