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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DT 광장] 혁신마이드가 가져온 구글TV

[DT 광장] 혁신마이드가 가져온 구글TV

신수정 인포섹 대표

한동안 구글TV로 인해 트위터가 떠들썩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구글TV의 출현…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나는 애플이나 구글의 이러한 시도를 보면서 정말 두려움이 생기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국내 기업들은 소위 인터넷 기업들이나 혁신 기업들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그들이 일부 열성 팬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비즈니스모델이 한정되어 있어 많은 거품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전통기업과는 사업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별도로 활약할 뿐 기존 사업에 위협을 주거나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상황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무언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별도의 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철옹성 같은 전통시장을 침투하려는 것 아닌가! 남들이 다 만들어서 이제 포화상태라고 여겼고, 진입장벽이 엄청나서 누군가 들어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MP3, 휴대폰, TV 시장에 이들이 진입하고 있다. 냉장고, 자동차 시장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텔레콤 시장이나 SI시장, 금융서비스 시장은 안전할까?

기존에 수십 년 간 해당 영역에서 기술역량을 축적해온 대기업들의 관점에서 이들은 아마추어임에 틀림없다. 내 기술을 가져다가 덧칠만 멋지게 해서 시장에 내 놓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들 아마추어들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오히려 수십 년 간 비즈니스를 해왔던 강자들을 하청업체로 만들고 있다.

이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생각해 보면 이들이 한 일은 필자의 판단에는 사실 두 가지 뿐이다. 한 가지는 기존에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맥락으로 보고 다른 방식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모두들 이러한 제품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많은 기업들이 개념이라고만 여겼던 2.0 정신을 실제로 구현하고 사업화 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참여함으로써 제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 사업에만 국한된 것인 줄 여겼다. 전통적인 제품, 서비스, 콘텐츠는 평범한 수많은 대중에 의해 개선되고 혁신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은 평범한 대중들을 동원하여 혁신시켰다.

그럼 왜 기존의 기업들은 최고의 임직원을 가지고 이러한 일을 해내지 못했을까?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자유롭게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서비스를 보고 이를 마음껏 구현해내는 `혁신'의 문화를, 둘째, 참여를 통해 생태계를 조성하는 `2.0' 문화를 기업에 정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한가지를 더 첨가한다면 `신규사업'을 너무 거창하게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 내는 것'으로 규정지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규정짓는 경우 쉽게 좌절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들은 누군가 했거나 하고 있다. 남들이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라고 `신규사업'을 정의한다면 조금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과 참여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이론만큼 쉽지 않음을 체험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기존의 벽과 틀을 파괴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사소한 것 같지만 떨치기 어려운 작은 특권들을 경영층부터 과감히 버려야 하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위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타협하거나 미룰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이미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켜 창조적 파괴를 하는 이들이 점점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금 후배를 위해, 미래를 위해 두려움과 위기의식을 가지고 씨를 뿌려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핵심역량'이라는 말을 창안한 게리 헤멀 교수의 "최적의 핵심역량은 특정 스킬이나 기술이 아니다. 혁신 자체가 최적의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라는 인터뷰 문구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