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산업융합 에코시스템 구축하자
배성민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융합은 ITㆍBTㆍNT 등 기술간 융합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산업간 융합을 통해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오늘날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다양한 융합기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공청소기로부터 로봇청소기로의 진화ㆍ스마트폰ㆍ스마트TV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작게는 기술간 융합, 크게는 산업간 융합을 통해 우리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융합제품에 사용된 기술들은 예전부터 존재했던 기술들이 발전되어 사용되거나 혹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용되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닌텐도 Wii에서 사용된 MEMS가속도계는 원래 자동차에어백에 사용되고, 노트북의 하드디스크 충격감지를 위해 사용되던 기술이었지만 이를 게임기에 처음 응용했던 것은 닌텐도였다. 삼성전자는 1993년에 로봇청소기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였지만 아쉽게도 로봇청소기는 2002년 출시된 일렉트로룩스사의 트릴로바이트에 의해 대중화 시대를 맞게 된다. 최근 지식경제부에서 발표된 제품융합지수 분석결과에서 LED TV는 향후 타 산업과의 발전 연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독자적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여 사용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애플사가 아이폰 4G, 아이패드, 아이TV 출시를 통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구글과 소니가 연합으로 구글TV를 내놓게 되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콘텐츠 측면에서 약점이 있는 우리나라가 향후 전개될 스마트TV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지식경제부에서 산업간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한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고 산업융합과 관련한 인프라를 확충할 뿐만 아니라 R&D, 인력양성사업 등을 통해 초기시장 창출지원 및 기업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시기적절한 행보이며, 지금까지 ITㆍNTㆍBT 측면에서의 융합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산업융합영역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서 또는 기존 기술융합에서 진정한 의미의 산업융합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융합 에코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산업융합촉진법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해 국내업체들이 도입단계에서 성장단계까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들은 시장의 니즈를 수용하면서 때로는 애플사처럼 시장의 니즈를 리드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써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며 사용자들 역시 적극적 참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니즈를 표출해야 한다. 또한 이들을 거미줄처럼 엮어줄 수 있는 특허의 공동 활용, 건전한 콘텐츠 유통망 등과 같은 다양한 소통 경로를 구축해줌으로써 에코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윈윈 할 수 있는 허브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또 산업융합 에코시스템에서 활동할 인재들은 학부에서 학제간(interdisciplinary) 융합과정 이수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창조적 사고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이를 발현시킬 수 있도록 키워져야 한다. 구성원간의 참여와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건전한 산업융합 에코시스템은 산업융합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줌으로써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수백억개의 신경세포와 이를 연결해주는 시냅스로 구성되며 시냅스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창의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거나 활용하고 있는 수많은 기술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도록 만드는 신경세포이며 시냅스는 기술간 또는 산업간 융합을 촉진하는 연결고리이다. 하나의 신경세포에 1000여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기술들이 실제로는 더 많은 영역에서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 많은 시냅스들이 활성화 될수록 지금까지 잊혀 있었던 기술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창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들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디지털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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