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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정승원] IT가 나아가야 할 길

[정승원] IT가 나아가야 할 길
이웃닷컴(www.e-wut.com) 정승원 개발·기획 총괄실장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입니다,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곳에 존재해 왔지요."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 한 말이다.

내게 요즘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는 어록이다. 정보통신이라는 것을 기술적인 것으로만 파악을 해서는 필요조건은 채워질지 모르나 충분조건은 채워질 수가 없다.

실제로 정보통신이건 다른 영역이건 결국 사람과 사회와 문화와 아주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음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기업의 모든 자원과 업무를 전산시스템으로 구성하는 ERP(전사적 자원 관리)를 기업에 설치하려면 해당 기업의 업무에 대한 컨설팅을 해야 한다.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토해 해당 기업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커스티마이징(최적화해 수정/구축한다는 의미)을 한다. 그리고 구축된 시스템에 맞게 조직과 인력을 새롭게 구성하기도 한다.

그런 대규모 기업 시스템을 구축하다보면 IT(정보통신)시스템이란 게 해당 조직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며 실제로 해당 조직자체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변화의 부분은 업무 효율성이라는 본연적인 부분에서부터 소통의 원활화(혹은 단절화)까지, 그리고 전산시스템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기업의 문화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사라지는 조직도 생기고 새롭게 조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IT라는 것은 그것과 접목해있는 사회와 문화에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서 인터넷 그 이전의 세상과 얼마나 많은 부분이 달라졌으며 얼마나 많은 사회, 문화적인 변화가 있어왔는지는 조금만 곱씹어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집안의 컴퓨터가 단 몇 시간만 인터넷이 끊겨도(혹은 휴대폰을 잃어 버렸을 때) 전전긍긍하게 되며 폐쇄된 듯한 느낌을 가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국 IT는 사람과 사회, 문화 그리고 소통이라는 부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미 그런 상관관계를 본질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문화의 변화 흐름에 대한 통찰력으로 그는 아이패드를 만들었다. 애플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애플도 결국은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이지 IT의 수호자나 선구자로서의 역할이 1순위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란 게 결국 존재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집단이 현재로서는 애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금할 길이 없다.

혁신적이며 창조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고 그런 문화를 기업 내에 심어 놓음으로써 아이패드와 이후에 출시될 애플의 혁신적인 전자기기의 출시에 대하여 많은 IT종사자들의 관심이 집중할 수 밖에 없게끔 토양을 만들어 낸 것이 스티브 잡스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인터넷 초창기에 생겨 났던 많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 중에는 골드뱅크와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 대표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군들이 있었다. 자신의 사이트를 이용했던 사용자들에게 일방적인 기업의 요구사항을 강조 했었다라는 부분에서 아주 유사하다.

골드뱅크는 갑자기 자사의 모든 서비스에 광고판을 부착하여 사용자들이 자신이 이용하고 싶어하는 본연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 억지로 광고판을 클릭해야 하는 불편함을 가득 안겨주었다.

프리챌은 자신을 믿고 사용했던 사용자들에게 그 사용자들이 남긴 글과 자료를 무기로 나갈테면 나가보라는 듯이 거의 협박수준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유료화로 전환해 버렸다.(이후 사용자들은 실제로 거의 다 나가버렸고 싸이월드가 그 대규모 이주의 수혜자가 된다.)

아이러브스쿨은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웹서비스의 속도를 제공해 주지 못했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변화된 서비스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다가 좌초돼 버렸다.(물론 아직 프리챌과 아이러브스쿨은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 다시 굳건하게 일어나기를 바란다. 내가 정리한 내용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서 단시간에 영향력이 약해졌던 부분을 중심으로 얘기한 것이다.)

그 외에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사용자의 이해욕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거나 정보통신의 트렌드 혹은 문화적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해 사라져 갔다.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모델은 결국 예전에 존재했던 하이텔, 유니텔과 본질적으로는 별반 다른바 없는 사람과의 관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제공했던 그 수많았던 사이트들은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들이 훨씬 많다.

결국 문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아이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서비스가 계속 지속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이해와 욕구를 지속적으로 이해하면서 정보통신의 트렌드와 문화적인 트렌드를 꾸준히 분석하고 파악하며 서비스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IT가 나아가야 할 길은 궁극적으로 인간과의 소통 그리고 정보통신과 인문학과 문화의 만남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칼럼은 아이뉴스24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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