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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게임의 법칙] 文化산업의 컨트롤 타워는 있는가

[게임의 법칙] 文化산업의 컨트롤 타워는 있는가
원문날짜
5.3 
등록일
2010년 05월 04일 
출처
더게임스 
등록자
운영자

최근 게임계의 기류를 들여다 보면 뭔가 풀리지 않고 계속 실타래처럼 얽기고 섥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정책 수립 과정을 들여다 보면 한 숨이 절로 터져 나올 지경이고 관련 산하기관 및 단체의 대응 움직임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왠지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질감에다, 이처럼 어리숙하게 대응해도 되는가 싶은 안타까움이 가슴을 죄어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의 입법 행태를 보면 그건 다름아닌 밥그릇 싸움이며 저잣거리의 흉한 싸움질일 뿐이다. 게임 주무부처도 아닌 곳에서 게임 관련법을 추진하는 것도 가당찮고, 뒤늦게 이를 알고 어떻게든 상대방쪽으로 넘어가는 공은 막아보겠다며 유사한 법률을 내놓은 부처의 대응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양쪽의 입법 취지를 들어보면 더욱 가관이다.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인데, 그런 식으로 이유를 가져다 대면 청소년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식품 제조·자동차·비행기 표준 제정 등도 그 곳에서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는 가. 그런 식으로 한다면 주무 부처를 따로 두지말고 정부에 대단위 통합 부처 한 개만 달랑 두면 될 일이다.

 다른 한쪽의 주장은 더 한심하다. 아무 생각없이 책상 속 깊숙이 넣어 둔 해묵은 법률안을 부랴부랴 국회에 제출했다. 때가 되면 입법화할 계획이었다는 것인데, 그 입법 추진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다. 그런데 의문점은 남는다. 예컨대 하필 왜 이때였는가 하는 점이다.

 진정 그런 마음을 먹고 있었다면 진작 했어야지,지금까지 뭘한다고 책상 서랍속 깊숙히 묻어 뒀는가. 왠지 이러다가 선수를 빼앗길 것 같은 느낌을 안긴 것인가. 아니면 소중한 밥 그릇 하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강박증이라도 들더란 말인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건 아니다 싶다. 차라리 속이 뒤틀렸다면 몸으로 막는 게 더 나았다.

 문화부가 요즘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허둥대는 듯한 그런 모습이다. 산업계에서 돌아 다니는 얘기 한가지를 소개하면 지금 문화부에 테크노크라트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내부의 언로가 막혀있는게 아닌가 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예 콘트롤 타워 기능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는 이들마저 있다. 쉽게 말하면 내부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들어 정부의 e스포츠 육성 발전을 위한 청사진 발표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가 부쩍 많아진 듯 하다. 솔직히 e스포츠라고 하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스타크래프트’경연장이나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블리자드측의 행태를 보면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까지 간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안하무인격이다.

 게임위원회에 대한 재심 요청도 그렇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무례하기 그지 없다. 자신들에게 아양을  떠는 매체를 동원해 게임위의 심의 기준을 마구 헐뜯게 만들고, 정부기관마저 한 수 가르치 듯 훈계하고 있다.

 여기에다  ‘스타크’의 저작권을 빌미로 e스프츠의 위상과 향배까지 뒤흔들려는 시도마저 서슴치 않고 있다. 그 때문인지 업계에선 이러다 블리자드측에 모든 걸 헌상하고 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의 소리까지 나돌고 있다.

 그 저간의 배경은 정부가 블리자드측에 대해 한마디 바른 소리하지 못하고 마냥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게 컸다.

 지금 한국의 블리자드는 보이는 게 없는 무소불위의 집단이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남을 탓할 것도 못된다. 실제로 변변한 국산게임 하나 인기종목으로 만들지 못한 채 10여년의 세월을 마냥 ‘스타크’에 끌려 다닌 게 과연 누구던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게 다름아닌 우리 정부이고, 우리 게임인이고, 우리 유저들이 아니었던가.

 뒤늦게 일각에서는 블리자드에 대한 응징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가 블리자드 게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인다 한들, 머뭇거리거나 끔뜰 댈 그들 또한 아니다. 뭔가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큰 허점을 드러내 보인 셈이 됐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지금처럼 겉도는 듯한 문화 정책을 남발해선 곤란하다. 특히 더이상 책이 잡혀선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색을 배제한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정책수립이 절실하다. 지금 문화부는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갓 죽었다 살아온 기업에 온나라가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럴 때 일수록 정신바짝 차려야 한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http://thegames.co.kr/main/newsview.php?category=201&subcategory=5&id=147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