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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팜 인수한 HP '스마트폰 전쟁 뛰어들다'

팜 인수한 HP '스마트폰 전쟁 뛰어들다' 2010-04-30 11:01  

2007년 넷북 모바일 OS 스마트폰 운영체제   제조사 : 전자신문인터넷    

팜 인수한 HP '스마트폰 전쟁 뛰어들다'
매물로 내놨던 팜(Palm)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HTC도 아니고 레노버(Lenovo)도 아니었다. 팜의 새로운 주인은 바로 HP가 되었다. HP는 현금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392억원)에 팜을 인수하기로 했다.

세계 1위의 컴퓨터 제조사가 스마트폰 제조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가장 큰 의의는 바로 PC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경쟁사인 델(Dell)은 스마트폰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델 뿐 만 아니다. 에이서(Acer), 레노버(Lenovo), 도시바(Toshiba) 등의 경쟁사들도 모두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장이 더뎌지고 있는 PC에 비해 스마트폰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HP의 PSG(Personal Systems Group) 토드 브래들리(Todd Bradley) 부사장의 언급에 따르면 스마트폰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으며 1,000억 달러(한화 약 111조원)시장이라고 한다.

HP가 팜을 인수한다는 것은 HP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시장과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HP의 합류로 PC와 스마트폰시장을 함께 하는 것이 정석으로 굳어졌다. 세계 유수의 PC업체는 모두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현재 HP의 모바일 디바이스는 크게 노트북과 넷북라인, 태블릿PC인 HP 슬레이트(Slate), PDA인 아이팩(iPAQ)이 있다. 현재 이 제품들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 공개한 슬레이트의 경우 윈도7을 장착하고 있으며 아이팩 시리즈는 컴팩(Compaq) 시절부터 윈도 모바일을 장착하고 있었다.

팜을 인수하게 되면 팜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웹(web)OS를 HP가 가지게 된다. 이번 인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HP가 독자적인 모바일 OS를 가지게 된다는 점인데 이를 HP 제품에 적용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아톰(ATOM)기반에 윈도 7을 탑재한 슬레이트의 변화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인데 빠른 시일 내에 웹OS로의 탑재는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도 그렇고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태블릿PC 버전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HP 슬레이트는 애플 아이패드(Apple iPad)와 비교를 통해 크기나 스펙, 동작 면에서 맥 OS X와 윈도의 대리전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일단 아이패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만일 웹OS가 태블릿PC 버전으로 개발된다면 볼만한 경쟁이 될 것 같다.

HP는 과거 PDA 시장에서 팜과 경쟁한 적이 있다. 독자 모델인 조르나다(Jornada) 시리즈를 통해 직접 경쟁했었고 이후 컴팩을 인수하면서 아이팩 시리즈로 브랜딩해 지금까지 PDA 시장을 지키고 있다. 반면 PDA의 강자였던 팜은 피인수를 당하면서 2000년대 초에 대표브랜드였던 팜 파일럿(Palm Pilot)의 PDA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업체로 변신했었다.

이번 인수로 아이팩으로 대표되는 PDA 사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이제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을 기반으로 제품을 내놨고 일부는 PDA폰 형태로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런데 웹OS를 가지게 된다면 PDA 제품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만일의 경우 PDA사업을 접고 스마트폰사업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모든 스마트폰은 PDA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HP의 팜 인수로 곤란한 위치에 서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넷북을 비롯해 태블릿PC, PDA까지 모두 윈도 기반의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HP가 팜의 웹OS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노트북과 넷북을 제외한 나머지 모바일 기기에서 윈도 모바일 혹은 윈도 폰 OS를 공급하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팜은 이번 피인수로 애플과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자금문제로 늘 힘들어 했지만, 세계 1위의 든든한 재력을 가진 HP의 그늘로 들어가면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또한 HP가 시스템사업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사업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기업용 활용부문에서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 부문은 HP에 인수된 EDS와의 협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웹OS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팜 CEO겸 회장인 존 루빈스타인(Jon Rubinstein)은 잔류할 것이라고 HP는 밝혔다. 최근 팜 매각설이 돌면서 일부 인원들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웹OS를 비롯한 제품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존 루빈스타인이기 때문에 그의 잔류를 조건으로 인수 합의에 이른 것 같다.

팜 지분 1/3 가량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인 엘레베이션 파트너즈(Elevation Partners)는 4억 8,500만 달러(한화 약 5,412억원)를 받고 지분 정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레베이션 파트너즈는 2007년부터 작년까지 팜에 4억 6,000만 달러(한화 약 5,133억원)를 투자했었다. 이번 HP로의 매각으로 거의 본전을 찾은 셈이다.

팜 인수로 HP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PC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모바일 컴퓨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HP가 팜의 웹OS를 이용해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자리를 차지할지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인수는 HP의 회계연도상 3분기가 끝나는 7월 3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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