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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사진전'적진에 투하된 느낌' 영진위원장

한국영화 사진전, '적진에 투하된 느낌' 영진위원장
마당 | 2010/04/24 21:06 파르티잔


'CINE F.A.N 사진전' 오프닝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이 테이트를 자르고 있다 /ⓒ문성식

영화잡지의 대명사 <씨네21>이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의미있는 행사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한국영화의 얼굴 : CINE F.A.N 사진전>이 그것입니다. 15년 간 <씨네21>이 한국영화 제작현장 곳곳을 누비며 촬영한 현장 사진 80여 점과 <씨네21>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배우 스튜디오 사진 50여 점을 전시하는 행사인데, 이를 위해 배우 감독들이 본인이 직접 찍은 미공개 사진도 기증했다고 합니다.

전시회 기간은 24일(토)~5월1일(토)까지지만 사전 오프닝 행사가 있다는 연락이 와서 23일 저녁 그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사진판매의 수익금을 시네마테크전용관, 독립영화전용관에 기부할 예정일 만큼 의미있는 행사인데다, 사실상 창간 15주년 기념행사와도 같은 성격이라 전시회가 열리는 압구정동 갤러리LF에 갔던 것이지요.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적진에 혼자 투하된 느낌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

이날 가장 눈에 띠는 인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영화판을 가장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대표인물인데다, <씨네21>이 행사 수익금을 시네마테크 및 독립영화전용관 건립에 기부할 결심을 하는데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영진위는 최근 비상식적인 공모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선정함으로서 독립영화 감독들이 기존 독립영화전용관을 거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시네마테크도 억지로 공모를 고집해 기존 운영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영상미디어센터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아카데미 등 독립영화 진영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탄압의 중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조희문 위원장입니다.

국가의 영화관련 기구를 대표하는 위원장로서 와야 될 행사였겠지만, 그리 얼굴 표정은 편치 않아 보였습니다. '한겨레'에서 발간하는 <씨네21>이다 보니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 김성욱 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등 다수의 독립영화 감독들과 영진위를 비판하며 대척점에 서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행사장에 와 있었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의 사회자는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였습니다. 지난 3월 영화인들이 1천인 선언을 발표하며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었는데, 이 영화인 선언을 조직하는데 가장 앞장섰던 분이 김조광수 대표였습니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던데, <씨네21>이 행사장이 외나무 다리인 듯했습니다ㅎㅎ

인사말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조희문 위원장의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적진에 혼자 투하된 것 같은 느낌이다."

순간 웃음이 터졌지만 그로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만 했을 겁니다. 당체 아군은 보이지 않고 자신과 영진위를 열심히 비판하고 있는 대표적 영화 매체가 수익금을 독립영화관과 시네마테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행사이니 영진위원장이 아니었음 굳이 오고 싶은 자리가 아니었을 겁니다.

"적으로 안 만들면 되잖아, 터전을 빼앗아 놓고는..."

독립영화의 대부 김동원 감독이 축하의 인사를 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씨네21>에 대해 "좋은 기억과 복잡한 기억이 동시에 나타난다"면서 "좋은 기억은 영화세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기여를 했다. 학생들의 영화 지식은 <씨네21>을 통한 것이었는데, 한국 영화키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반대편에서 볼 때는 영화에 대한 생각을 열어주지 못하고 가치를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요새 영화진흥위 관련에 일들에 대해 뭔가 서로간에 경계를 하고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영진위를 불안하게 보고 경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물론 영진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씨네21>의 번창도 기원했지만, 에두른 표현으로 들렸습니다.

영진위원장이 되기 전인 지난해 <씨네21>과 한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지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씨네21>에 세뇌된 애들 대학교에서 교정하느라 힘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씨네21>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 같다."

조희문 위원장 외에 국민배우 안성기씨와 씨네2000 이춘연 대표, 독립영화의 대부 김동원 감독,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대표 등이 마이크를 잡고 축하의 인사를 했지만, 이들이 인사말을 할 때 조희문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한 듯했습니다. 그가 짓누르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과 그들을 지원하려는 행사가 편할 수는 없었겠지요?

조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김조광수 대표는 "적진에 혼자 투하됐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서로 같이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조희문 위원장이 발언이 트윗을 통해 전해지자 한 젊은 독립영화 감독은 이런 반응을 적어 놨더군요.

'적으로 안만들면 되잖여, 터전을 빼앗아놓곤 찌질한X, 제딴에 매번 그럴듯한 수사법인줄알지...'


사진으로 기록된 지난 15년의 한국 영화 역사
배우와 촬영현장, 그리고 독립영화·시네마테크 전용관 돕기


<한국영화의 얼굴 : CINE F.A.N 사진전>은 다음은 세가지 컨셉으로 마련됐습니다.

F. Fan-tas-tic <지금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씨네21>과 함께 했던 배우들의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A. Action & Actor <영화의 현장에 가다>
15년 동안 한국영화와 한 길을 걸어온 <씨네21>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N. aNd, iNde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시네마테크전용관, 독립영화전용관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영화인들이 기증한 사진을 함께 전시합니다. 전시되는 모든 작품의 판매 수익금은 시네마테크전용관, 독립영화전용관 건립에 기부됩니다.

사진전에 참여한 사진기자들을 대표해 손홍주 사진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문성식


사진기자들이라기 보다는 뛰어난 사진작가들이 지난 15년간 한국 영화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라 여겨질 만큼 배우들의 환상적인 사진이 수두룩합니다. 작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커다란 사진으로 보는 것은 역시나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군요.

전시된 사진 하나 하나를 스치듯 가볍게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깊이 들여다 보면 현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오기도 합니다.

수십만 컷의 사진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낸 사진들이라 영화사적으로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기자들 뿐만 아니라 고아성(배우), 김형구(촬영감독), 봉준호(감독), 손현주(배우), 홍경표(촬영감독) 등도 사진을 기증해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날 첫 판매된 작품은 한겨레 고광헌 대표가 회사에 걸어두겠다고 선택한 영화 '코르셋' 사진이었습니다.

전시회는 '4월 24일(토)~5월 1일(토)'까지 개최되며 입장료는 5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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