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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사설] 대통령까지 도덕적해이 지적한 부동산 대책

[사설] 대통령까지 도덕적해이 지적한 부동산 대책
정부가 전국 미분양 아파트 적체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환매조건부와 리츠ㆍ펀드를 통해 아파트를 매입함으로써 미분양 물량을 현재 11만6000가구에서 7만5000가구로 4만여 가구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로 중견 주택건설사업자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일각에서 건설사업자 연쇄부도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을 정부로서는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택건설사업자 부도 시 입주예정자의 입주 지연 등 주거 불안이 커지고 저축은행 등 금융권과 하도급업체 동반 부실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점도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까지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 건설업자들 목숨을 연명시켜 줘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대책에 동원되는 자금 5조여 원은 사실상 국민 혈세다. 이러한 돈으로 `일단 짓고 보자`며 막무가내로 아파트를 지어댄 건설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선심행정의 표본이자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비효율적 정책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도덕적해이를 지적했겠는가. 미분양 아파트 적체를 막는 근본 대책은 지나치게 많은 건설사업자 수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등록된 주택건설사업자는 모두 5361개다. 이렇게 많은 업체가 생존을 위해 전국 여기저기에 아파트를 마구 건설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마구잡이 개발과 환경 파괴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초래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업체들에 링거 주사만 놓다간 건설업계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허약해지고 말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에서 투기를 부추긴다며 금지했던 재개발 지분 쪼개기를 사실상 푸는 쪽으로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분 쪼개기가 투기 온상이었던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규제를 푸는 것 역시 선심행정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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