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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유통 배급

아이패드 유료화, 최대 걸림돌은 공짜 온라인

아이패드 유료화, 최대 걸림돌은 공짜 온라인
‘해리 포터’의 마법 신문 현실로… 종이신문 독자들 이탈 여부 관심
2010년 04월 21일 (수) 16:56:41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애플 아이패드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콘텐츠 소비를 뒤바꿔 놓을 혁신적인 발명품이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약간 넓어진 아이폰일 뿐 별 다를 게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그러나 많은 언론사들이 아이패드의 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콘텐츠 유료화는 물론이고 모바일 광고의 확산까지, 아이패드가 과연 사양산업의 기로에 들어선 신문산업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신문사들의 고민은 온라인에서 거의 무료로 뿌리고 있는 콘텐츠를 아이패드에서 과연 돈을 받고 팔 수 있느냐에 있다. 너무 비싸게 받으면 초기 흥행에 실패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너무 싸게 받으면 종이신문 독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기존의 독자들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패드로 추가 수익을 만드는 게 관건인데 역시 최대 걸림돌은 온라인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이패드는 신문사들에게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아이패드 구독료 책정을 두고 뉴욕타임즈 편집국에서 벌어진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에서 운영하는 에디터스웹로그가 인터넷 신문 고커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판매부서에서는 구독료가 월 20~30달러는 돼야 한다고 고집했는데 사업부서에서는 10달러 수준이 적절하다고 맞섰다. 월 30달러면 1년에 360달러가 된다. 아이패드 가격이 499달러부터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BBC, USA투데이 아이패드 앱.  
 
뉴욕타임즈는 아직까지 ‘에디터스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몇몇 기사를 뽑아 무료 어플리케이션으로 내놓았을 뿐 아직 전면 서비스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발은 거의 끝난 상태인데 막판까지 가격 책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커는 “뉴욕타임즈가 종이신문을 지키려고 구독료를 터무니 없이 높여 부를 경우 아이패드 유료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즈는 결국 양쪽의 의견을 절충해 아이패드 구독료를 월 19.99달러로 책정했다. 기존의 아마존 킨들 구독료 13.99달러보다 6달러나 비싼데 킨들 구독료도 6개월 뒤에 이에 맞춰 인상할 계획이다. 아이폰 서비스는 아직까지 유료화 계획이 없는데 향후 무료 기사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유료화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뉴욕타임즈 종이신문 구독료는 월 30달러다.

한편 일찌감치 온라인 유료화에 성공한 월스트리트저널이 아이패드 구독료를 주 3.99달러, 월 17.29달러로 책정한 것도 주목된다. 무료로 가입해도 일부 기사를 볼 수 있지만 계속해서 광고와 구독 안내 창이 떠서 매우 번거롭다. 종이신문 구독자의 경우는 첫 2주는 무료, 2주일 뒤부터는 주 2.69달러, 월 11.67달러만 내면 아이패드에서도 신문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볼 경우 주 1.99달러, 월 8.62달러만 내면 된다.

방송사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BC와 CBS 등 일부 방송국들은 벌써부터 인기 드라마를 무료로 내보내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향후 단계적으로 유료 프로그램을 늘려간다는 계획인데 자연스럽게 모바일 IPTV를 구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TV 드라마 1회분의 다운로드 가격은 2~3달러 수준, 최신 개봉 영화는 5~15달러 수준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언론사들이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건 유료화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이신문과 전혀 다른 새로운 광고시장이 열릴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끝나는 신문광고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위치기반의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고 인터랙티브(쌍방향)한 소통이 가능하다. 터치를 하면 곧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고 그만큼 광고 효과도 크다.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언론사들에 벌써부터 광고 문의가 쇄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는 신용카드 체이스사파이어와 60일 계약을 체결해서 내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덱스나 코카콜라 등과 월 10만달러 상당의 광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2~3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면 광고가 뜬다. 우리나라의 대한한공도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이패드 판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인 하바스디지털의 퍽 트루옹 이사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한 언론사 어플리케이션에 독점적으로 광고를 게재하는 데 7만5천에서 3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면서 “아이패드 등장 이후 몇 달 동안은 언론사들의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은 한 발 더 나가 직접 광고 대행업까지 맡고 나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주도권을 모바일로 넓혀 가려는 구글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아이애드라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공개했는데 애플이 직접 광고를 수주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에 삽입하고 광고비를 콘텐츠 공급자나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와 6 대 4로 나눈다는 계획이다.

아이패드는 잡지 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의 넓고 시원시원한 화면은 잡지와 잘 어울린다. 별도의 조판이 필요한 종이신문과 달리 잡지는 종이에 인쇄한 그대로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오히려 비좁은 종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만화 제작회사인 마블코믹스는 아이패드를 통해 스파이더맨과 헐크 등 500여편의 만화를 제공하고 있는데 1권에 1.99달러로 그리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죽어가던 만화 시장이 아이패드 덕분에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출판 시장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자 책이 얼마나 종이 책 시장을 대체할 것이냐가 관건이지만 애플 아이북스는 문을 열자마자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