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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테마진단] 기술융합시대 소통의 힘

[테마진단] 기술융합시대 소통의 힘

자전거의 재발견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 자전거도로 확보 외에도 사용자 불편을 더는 일이 절실하다. 밖에 세워두자니 분실 문제가 걸리고, 실내에 두자니 드나들 때마다 옮겨야 하는 일이 성가시다.

그런 점에서 공공자전거 임대서비스를 실시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어 반갑다.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를 잃어버릴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건 시민 건강을 위해서나 도심 환경을 위해서나 두루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가령 u바이크(시민공영자전거)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에서 자전거를 빌렸다면, 서울 시내 어느 지역에서 볼 일을 보든 반드시 마포구로 되돌아와야 한다. 각 지자체 공공자전거 규격과 무인 거치대 라커 방식이 다르고, 일련번호나 통신방법에 대한 표준도 없기 때문이다.

공공자전거 호환성 문제가 지적되면서 20개 민간업체와 연구소가 참가하여 u바이크 기술표준 마련을 위해 중지를 모았다. 이 안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을 통해 KS 인증으로 확정되면 마포구에서 빌린 자전거를 다른 지역 무인 거치대에 반납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대폭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u바이크 표준 제정은 시민 편의와 자전거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ㆍ연ㆍ관이 힘을 모은 훌륭한 본보기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제품이 나와도 기존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면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사장되기 십상이다.

예컨대 소방기기에 IT를 접목한 화재 감지장치가 개발됐지만 소방장비로 인정받지 못해 판매 자체가 무산된 예가 있다. 현행 소방법상 IT 무선기술을 활용한 장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박과 항공기를 결합한 위그선은 계류시설과 관제시스템 등에 대한 기준이 없어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당뇨폰` `트럭 지게차` `LED 광고판` 등 기존 규격 틀에 맞지 않아 빛을 못 보고 있는 상품들도 부지기수다.

2013년이면 세계시장 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유비쿼터스(U)시티` 건설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u시티 개념을 처음 내놓았던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충분한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첨단 정보통신 인프라스트럭처와 유비쿼터스 정보 서비스가 융합돼야 하는 첨단도시 건설은 현행 건설관련법과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아 조기에 산업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기술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산업 관련법 영역을 벗어나는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기술 전진 속도에 보조를 맞출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만한 새로운 틀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관련 법 제정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식경제부는 산업별 구분이 명확한 현행법으로는 융합신산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산업융합촉진법`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법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합리한 규제를 해결하는 `산업융합촉진기획단`을 운영하며, `융합 신제품 인증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담기게 된다.

융합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 간 융합만이 아니라 기존 제품 간 융합, 제조 부문과 서비스 부문 간 융합까지를 포괄하여 세계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적극 수용해 신시장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과 기술, 업종과 업종 간 칸막이를 제거해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놓는 것은 미래와 희망의 언어로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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