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인터뷰

잡스가 바꿨다…무능한 임원 내치고 제품의 혁신에 몰입

잡스가 바꿨다…무능한 임원 내치고 제품의 혁신에 몰입

매일경제 | 입력 2010.04.23 16:57 | 수정 2010.04.23 17:09

창조 경영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스티브 잡스. 그는 1976년 21세의 나이에 1000달러로 애플을 창업해 4년 만에 억만

장자가 된 '경영의 신'이다. 하지만 독재적 카리스마와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독선주의로 1985년 9월 자신이 창업

했던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 고성능 컴퓨터 회사 넥스트(NeXT), 컴퓨터그래픽 회사 픽

사(Pixar)로 자신만의 왕국을 다시 건설한다. 이 사이 애플은 부도 위기에 직면한다. 1992년 주당 60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17달러로 추락했다. 결국 애플은 잡스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그가 복귀한 것은 10년여 만인 1996년 12월이다.

◆ 수익을 내야 기업이다

복귀한 그의 눈에 비친 애플은 '비대'했다. 분기마다 수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수렁에 빠진 애플을 구하려면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인 복귀의 리더십은 '집중(focusing)'과 '수익 경영(profitability)'이었다.

그는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이익 내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어 단행한 것이 '가지치기'였다. 무능한

임원들을 사퇴시키고 수익성 없는 사업을 대거 정리했다.

필기구 기능을 가진 혁신적 제품 '뉴턴(Newton)'을 비롯해 인터넷 보안장치인 사이버독(Cyberdog), 인터넷 문서

툴인 '오픈독(Opendoc)' 프로젝트를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없애버렸다. 복잡한 컴퓨터 제품들도 단 몇 가지로 정

리해 버렸다. 자질구레한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그는 세상을바꿀 기존 제품의 혁신에 몰입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기보다는 기존 제품 가운데 대박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찾아내

그 제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 시절 애플에는 찬바람이 일었다. 잡스가 전기료를 줄인다며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티브 잡스 역시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

◆ 직원들 가슴을 뛰게 하라

작가 짐 코리건의 '스티브 잡스 이야기'(명진출판)에 따르면 애플에 돌아온 잡스가 느낀 감정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 10년 사이 회사는 비대한 관료조직으로 변해 있었고 직원들은 상상력과 창조성이 결여된 월급쟁이로 전락해 있었다. 직원들은 패배자라는 자기비하에 빠져 있었다. 이로 인해 애플은 그저 사무용 컴퓨터를 만드는 보통의 컴퓨터 회사였다. 잡스는 회사가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열정이 바닥 난 직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생각했다. 그는 사라진 애플의 기업문화를 되살리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위기를 쇄신할 것인가.

◆ '문화 독재자'를 자처하다

'애플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잡스는 �독재자�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잡스는 애플에 자유분방함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그 대신에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섭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 개를 데려오는 것은 물론 사내 흡연을 철저히 금지시켰다. 기자와의 접촉도 금지했다. 내부 정보를 흘린 사실이 적발되면 퇴사를 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 대신에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활동은 강화했다. '해적이 되자' '여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직원들에게 개성이 넘치는 �이단아�가 될 것을 주문했다.

◆ 첨단 이미지를 심어주다

잡스는 애플 제품이 세련되고 첨단을 달리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비자에

게 혁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잡스는 연간 1억달러에 이르는 광고비를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슬로건을 고안해냈다. 그는 이미지가 창출해내는 보이지 않는 수익의 힘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 적과도 손을 잡다

1997년 잡스는 중대 결정을 내린다. 오랜 숙적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체결한 것이다. 단기간에 회사를 되살리

려면 적과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애플이 만든 사용자 위주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권리를 제공하고 1억5000만달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애플 추종자들은 '애플이 빌 게이츠에게 무릎

을 꿇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잡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과거를 떠올릴 시간이 있으면 미래를 봐라'는 말 한

마디로 비난을 일축했다. 그의 이 같은 냉철한 현실감각은 애플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 놓았다.

잡스가 돌아온 지 2년 반 사이 20억달러도 안 되던 애플의 총자본은 16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사회는 연봉 1달

러의 잡스에게 두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시가 8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애플 주식 1000만주와 개인 전용 비행기였다.

◆ 돈이 아닌 열정을 위해 일하다

그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뛰어난 인재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일, 우주에 충격을 주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일, 그런 일이 잡스와 애플 임직원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잡스의 '복귀 철학'은 혁신적인 제품 아이맥

(iMac), 휴대용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 뮤직 스토어 아이튠스(iTunes), 스마트폰 아이폰(iPhone), 태블릿PC 아이패드(iPad)를 탄생시키며 애플을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기술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놓는다.

[최은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