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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도약2010> 문화가 경쟁력이다

<도약2010> 문화가 경쟁력이다
도시와 공산품에도 문화가 필요한 시대
글로벌 미디어기업도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애플을 되살린 아이팟의 핵심 성공요인은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은 디자인이다. 21세기는 문화와 감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언이 이미 현실로 됐다. 도시의 경쟁력은 물론 공산품조차 더는 양과 질로만 승부할 수 없는 시대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21세기 최후의 승부처는 문화산업"이라고 예고했듯이 미국, 영국은 물론 중국까지도 세계 각국은 문화 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독창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 저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류로 상징되는 문화 산업의 저력에 기대어 문화콘텐츠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다.



◇문화가 성공의 기반..콘텐츠 대박사례 무궁무진
영국은 1997년 '창조적인 영국(Creative UK)'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창조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기로 하고 출판, 방송, 공연, 디자인, 예술 등에 집중 투자해왔다.
이에 힘입어 발전소를 리모델링해 2000년 개관한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할리우드와 미키마우스의 나라 미국은 문화산업이 군수산업과 함께 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저작권 관련 산업의 고용규모(2007년 기준)는 무려 1천170만명으로 전체 고용시장의 8.5%를 차지한다.

   미국의 문화 저력은 문화와 감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의 발전도 낳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한잔의 커피를 파는 대신에 '한잔의 이미지'를 판다는 목표로 매장 인테리어 등을 통해 문화 마케팅을 펼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문화 콘텐츠의 성공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판, 영화, 게임 등을 통해 300조원대의 수익을 낳았고 저자인 조앤 K 롤링은 저작권료로 1조원대의 재산을 가진 갑부가 됐다.

   '반지의 제왕'이 제작된 뉴질랜드는 소설→영상→게임→캐릭터→관광지 등으로 연쇄적인 효과를 보면서 관광객 연평균 5.6% 증가, 영상산업 146% 성장, 고용창출 약 2만명 등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누렸으며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딴 '프로도 경제(Frodo 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 한류에서 잠재력 확인한 한국
한국도 이미 드라마 '대장금'과 '겨울연가'로 상징되는 한류를 통해 문화 산업의 잠재력을 발휘했다.

   대장금의 경우 2003년 방송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프로그램 수출, 라이센싱, 출판, 테마파크 입장료 등 직접적인 생산유발 효과만 1천억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대장금'이 대만에서 인기를 끌면서 LG의 가전제품 점유율이 1위로 뛰어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시청률이 86%에 달했던 이란에서는 한국음식을 비롯한 한국 문화 열풍이 불었던 점 등 간접적인 효과까지 따지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크다.

   '겨울연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인공 배용준이 불러일으킨 '욘사마' 열풍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2004년 추정으로 관광유발 수입 8천400억원, 배용준 화보 200억원, 배용준 달력 100억원 등 3조원에 달했다. 현재도 배용준 때문에 일본 팬들이 한국을 찾고 지난 10월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을 보여 욘사마의 경제적 효과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볼수 있다.

   물론, 한류가 한동안 주춤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 등 드라마들이 다시 큰 인기를 끌고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할리우드의 중심부에 가수 비와 이병헌이 당당히 입성하는 등 재도약할 기세도 있다.

   소수의 한류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콘텐츠 성공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00년 개발된 캐릭터 '뿌까'는 전세계 130개국에 진출, 작년에만 4천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며 로열티 수입만 150억원에 달했다.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 등 온라인 게임은 한국이 종주국으로 불릴 정도로 꾸준히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출 1천억달러를 넘은 콘텐츠 기업 11개사 중 엔씨소프트, 한게임(NHN), 넥슨, CJ인터넷,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엠게임, 조이맥스, YNK코리아, 디게이트, 안다미로 등 10개사가 게임업체였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넘어야 할 난관들
우리 정부도 2012년 세계 5대 콘텐츠 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문화콘텐츠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먼 상황이다.

   지난 8월 발생한 영화 '해운대'의 불법복제 동영상 유출 사건은 문화 콘텐츠 발전의 토대인 저작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의식 개선이 필요한 단계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해운대'의 불법복제 동영상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해외시장 수출, 부가판권 등 300억원대에 이른다는 추정이 제시될 만큼 막대하지만 처음 복제한 장애인 단체의 직원 등 유출자들은 별 생각없이 복제를 했고 인터넷에 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노준석 책임연구원은 "저작권 못지않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창작 인프라, 핵심 전문인력 양성, 스토리텔링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드라마 '꽃보다 남자', '하얀 거탑', 영화 '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등의 원작은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 한국 문화산업에서 원천 스토리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부재도 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딛고 넘어가야 할 큰 핸디캡이다.
영국은 공영방송 BBC를 글로벌 브랜드로 내세워 해외 판매를 활성화해 지난해의 경우 방송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이 약 2조원대에 달했다. 미국은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수없이 많으며 기업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진행 중이다.

   뉴욕포스트, 타임스, 폭스 방송, 20세기 폭스, 스타 TV 등을 이끄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그룹에서 볼수 있듯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디어 빅뱅도 이뤄지고 있다.

   구문모 한라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글로벌 미디어가 나와줘야 콘텐츠 판매의 효율성이 높다"며 "최근 개정된 미디어 관련법이 전환점이 돼야 할텐데 과연 우리 기업들이 그런 힘을 보여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팟 신제품, 2008년 유통매장에 마련됐던 미키마우스 캐릭터 판매코너, '제28회 라이센싱 2008(리마쇼)'에서 선보였던 뿌까, 지난 9월말 애니메이션 '겨울연가'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류스타 배용준과 최지우 <자료사진>)
eva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2/23 06: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