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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커버스토리]IT 무관심 ‘모바일 열등국’ 유발

[커버스토리]IT 무관심 ‘모바일 열등국’ 유발

위클리경향 | 입력 2010.04.22 10:53

ㆍ정통부 해체로 정책 컨트롤타워 없어 IT분야 점점 퇴보

↑ 2008년 12월 국가정보화 비전 선포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IT 정책 무관심이 IT 분야의 후퇴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4월 13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2의 IT혁명, 모바일 혁명시대를 준비합시다'는 주제의 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합당한지 고민했다"면서 "IT 강국, 휴대전화 강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임시국회 기간이지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김 의장은 ▲ICCT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Contents Technology·정보통신콘텐츠 기술)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부처의 필요 ▲통합부처와 IT업무조정협의회를 주도할 전문 IT 인력의 대대적인 보강 필요 ▲통합부처의 IT 생태계 복원, 융합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산업 간 칸막이 제거, 협력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는데 일조한 김 의장이 정통부 역할을 하는 부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 김 의장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관여했고, 정통부를 해체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정통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한 것은 IT와 다른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면서 "하지만 2년 후 (예상한) 그 만큼의 시너지와 경쟁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도 정보통신(IT) 분야가 후퇴했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김 의장의 말에 100% 공감한다. 모바일 분야에서 너무 뒤처졌다"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제대로 현실을 본 것"이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이뤄 놓은 정보화 강국, IT 강국의 성과와 유산을 이명박 정부가 폄하했기 때문에 생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체제가 오히려 역효과

IT 정책이 후퇴한 것은 "조직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의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거대 조직을 신설했다. 정통부의 기능 가운데 규제는 방통위, 산업진흥은 지식경제부, 공공정보화와 보안은 행정안전부 등으로 분산됐다. 당시 정통부의 해체가 IT 분야와 타 산업 분야가 융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IT 분야의 쇠퇴를 가져왔다. 정통부의 기능이 각 부처로 넘어간 뒤 부처 이기주의가 작동했고, IT 정책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워졌다. 정통부 차관을 지낸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정통부를 해체할 때 IT 관련 전문가들이 걱정했는데 당시 예측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산업 진흥을 할 수 없는 조직이다. 방통위가 방송구조 개편에만 몰두하는데 어떻게 통신정책이 나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국 IT 경쟁력 16위로 추락

이명박 대통령도 IT 분야의 장점인 효율성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만 하고 IT 분야의 발전이 타 산업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음을 내다보지 못했다. 2008년 9월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IT 산업 키워 봐야 일자리만 줄어든다"는 발언을 했다. 2008년 12월에도 이 대통령은 정부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디지털 정보화 시대로만 묶이다 보면 빈부 격차도 줄일 수 없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없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IT 분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IT 정책은 후순위로 밀리기 시작했고, 예산도 많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IT 분야 홀대가 이어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IT 분야의 쇠퇴가 생명공학(BT) 등 타 분야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뒤늦게 IT특보를 신설하고 총리 소속인 정보화추진위원회를 대통령소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로 격상해 개편했다. 그러나 IT특보나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등의 힘이 약해 관련 부처의 협조를 얻기 힘들어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의 장관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을 주지 않는 이상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와 같은 새로운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새로운 통합 부처가 생기게 되면 업무 영역을 분할하는 문제로 부처끼리 엄청난 갈등을 빚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부처를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정운영의 철학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도 비판받고 있다. 방통위가 정통부와 방송위가 합쳐져 태어난 조직이지만 IT 분야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도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3월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과거 정통부의 업무가 몇 개의 정부 부처로 나눠지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것.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의 유일한 방송통신 융합 정책은 IPTV밖에 없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방통위 체제에서 통신은 통신대로 불만이고, 방송은 방송대로 불만"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오 의장이 IT 정책의 컨트롤을 위해 방통위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기자가 말하자 최 의원은 "방통위에 사람이 부족하거나 예산이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니다. 방통위에서 통신 분야가 소외를 받는 것도 아니다"면서 "방통위의 조직 가운데 대다수는 정통부 출신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통위에 정통부 출신이 없는 게 아니라 최 위원장이 IT 마인드가 없으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IT 정책에 별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IT 관련 예산도 줄지 않았고, 정부가 IT 정책을 진흥한다고 1조원을 투자한다고 하지 않았나"면서 "각 부처의 이기주의도 없다. 관계 부처끼리 협의도 잘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목소리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IT 정책이 후퇴했다는 사실을 각종 자료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경영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는 한국의 IT 산업 경쟁력이 2007년 3위에서 2009년 16위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천정배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IT 인력지원 예산 또한 2008년도 900억원, 2009년도 800억원, 2010년도 700억원대 등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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