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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삼성전자 3D 삼총사 권경진·임준영·한동현 [중앙일보]

[Close-up] 삼성전자 3D 삼총사 권경진·임준영·한동현 [중앙일보]

2010.04.21 00:01 입력 / 2010.04.21 00:01 수정

영화 너무 봐 눈 빠질 정도 … 콘텐트 찾아 세계 누비죠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 디지털연구소에 ‘3D 3총사’가 떴다. 이 회사의 3차원(3D) 영상 콘텐트를 책임진 34세 동갑내기 대리들로, 같은 팀이지만 모처럼 얼굴을 맞댔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우수 3D 콘텐트를 ‘사냥’하느라 한 팀인데도 자주 보지 못했다. 미국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라이브콘서트를 촬영한 입체영상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준영·한동현·권경진 대리.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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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2월 풀HD(고화질) 3차원(3D) LED TV를 선보였을 때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업체 드림웍스와 손잡았다지만, 화면을 채울 콘텐트가 풍성하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년 전부터 TV 매장에서 상영할 만한 콘텐트를 자체 제작해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콘텐트 전문가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3D 콘텐트 전문가로 계보가 옮겨졌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에서 콘텐트를 담당하는 권경진·임준영·한동현 세 대리급 사원이 그들이다. 공교롭게 1976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사내에서 ‘3D 삼총사’로 불린다.

전 세계를 활보하면서 다양한 3D 콘텐트를 확보하는 업무를 맡았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출장을 다니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다. 경치 좋은 관광명소에서부터 콘서트 공연장, 축구경기장, 애니메이션 작업실 등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곳이면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올해는 특히 전 세계에서 3D TV 출시가 이어져 각자가 10개국 이상을 돌아볼 전망이다.

임 대리는 “남들은 3D 영화 보는 것이 흥미진진하겠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봐서 눈이 빠질 정도”라며 웃었다. 이들이 3D 콘텐트의 교과서로 삼는 건 지난해부터 3D 열풍을 이어온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 ‘아바타’다. 작품성이 뛰어난 데다 꼭 필요한 곳에만 입체효과를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지나친 입체효과는 눈을 피로하게 만들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3D 삼총사’는 아바타 촬영팀과 주로 호흡을 맞췄다. 장비나 노하우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수나 스포츠 스타를 선정해 3D로 촬영할 일이 생기면 아바타팀이 촬영 실무를 맡고 삼성은 제작비를 댄 뒤, 나온 콘텐트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영화로 치면 돈을 대는 제작자 일이지만 오래 하다 보니 콘텐트를 만드는 감독 역할까지 한다.

여러 프로젝트가 세계 각국에서 산발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세 대리의 활약으로 콘서트·스포츠 등 30여 편의 3D 콘텐트가 완성됐다. 삼성전자 매장이나 각종 거리행사에서 볼 수 있는 콘텐트들이다. 일부는 3D TV를 구매한 고객에게 옵션 제품으로 전달된다.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삼성전자 디지털연구소 3차원(3D) 입체 TV 사무실에 들어서자 55인치(140㎝) TV에서 미국의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아이 가타 필링(I Gotta Feeling)’이 3D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네 멤버가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마다 입체감이 돋보였다. 후반부 색종이가 뿌려질 때에는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확연했다.

삼성전자 권경진·임준영·한동현 대리 ‘3D 삼총사’가 지난 2월 미국 코네티컷에서 진행된 블랙아이드피스의 라이브 콘서트를 손수 촬영해 제작한 것이다. 임 대리는 “지난해 ‘보이스라이크걸스’라는 젊은 록밴드의 3D 영상을 만든 뒤 두 번째다. 인기 여가수 비욘세와도 계약해 조만간 촬영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3D 영상물에 관심이 많은 실험적인 가수는 흥미 때문에 계약금을 많이 부르지 않지만, 몸값을 내세우는 부류는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호가한다고 한다.

세 대리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다양하다. 임 대리는 힙합과 록앤드블루스, 권 대리는 로큰롤과 J팝, 한 대리는 힙합과 팝을 선호한다. 권 대리는 “외국의 가수들에게 일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 대체로 삼성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응한다”고 전했다.

스포츠 콘텐트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3D TV를 사는 고객층의 소득수준이나 취향을 고려해 골프 3D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또 삼성이 후원하는 영국의 프로축구단인 첼시의 3D 콘텐트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한 대리는 “일본에서는 3D 에로물까지 다양하게 나왔을 정도”라며 “콘텐트의 장르보다는 얼마나 사실감과 입체감을 전해주느냐가 콘텐트로서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셋 모두 최신 대중문화를 늘 호흡해서 그런지 옷차림새가 톡톡 튀었다. 빨간색 목도리와 쫄티는 기본이고, 눈에 띄는 액세서리를 과감하게 착용해 수원의 삼성맨들에게 삼총사의 이미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임 대리는 건축학과를 나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은 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권 대리는 경영학을 배웠다. 한 대리는 디자인을 배운 뒤 미 뉴욕에서 7년간 영상 관련 디자인 업종에서 일하다 지난해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