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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존립 이유 상실" 반발

방통위 "존립 이유 상실" 반발

기사등록일 2010.04.21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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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주 전 방통위에 방송콘텐츠 진흥업무를 문화부로 이관하라는 업무 조정 공문을 내린 것에 대한 방통위의 반발이 표면화했다. 부적절하다는 정치권과 업계, 학계의 잇따른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문화부가 원안대로 당초 업무 조정을 밀어붙이고 논란을 봉합하려는 가운데 방통위 상임위원부터 사무관급 공무원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20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 의견은 ‘반대’로 기울었으며, 사무관급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불만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 문제의 처리 여부가 위원회 조직으로서의 방통위 정체성을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속으로 끓인 방통위 직원의 반발에 불을 댕긴 것은 문화부가 국회 상임위 직후 보낸 ‘조정안 초안’이다. 초안이기는 하나 방통위 ‘방송통신진흥정책과’를 통째로 문화부로 넘기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청와대 업무조정안을 놓고 별도 모임을 갖기로 했다.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웠던 이경자 부위원장과 송도균 상임위원의 입장과 최 위원장, 형태근 상임위원의 공식적인 입장도 확인한다. 위원회 조직의 특성상 상임위원들은 회의석상 이외에서는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할 수 없지만, 이경자 부위원장을 필두로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시중 위원장도 이번 조정안과 관련,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이 20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만나 교환한 의견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방통위 내부는 물론이고 국회까지 번진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방통위의 한 사무관은 “이번 사태는 단순히 방송제작 지원업무를 타 부처에 넘겨주는 차원이 아니라, 규제와 진흥을 모두 담당하면서 방통융합산업을 육성하라는 취지에서 발족된 방송통신위원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진흥업무를 문화부로 넘기면, 방통위는 존립 이유를 잃게 된다”고 직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이번 조정안을 방통위를 순수규제기관으로 남기고, 진흥기능을 타 부처로 모두 이관하려는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나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