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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기고] IT 정책 권한 분산 실패했다

 

  • 김석주 선문대 교수·행정학
  • 입력 : 2010.04.16 22:05 / 수정 : 2010.04.16 22:50
김석주 선문대 교수·행정학

최근 전 세계 IT 분야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位相)은 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낮아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네트워크 준비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5위를 차지해 2008년 9위, 2009년 11위에 이어 3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IT 산업 경쟁력 지수도 2007년 3위에서 2008년 8위, 2009년에는 16위로 추락하였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IT 산업에 대한 총괄 조정체계의 부재(不在)로 IT 산업 정책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국내외 정보통신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IT 정책을 총괄하던 정보통신부를 방송·통신 융합(融合)부분은 방송통신위원회로, IT 산업 촉진 기능은 지식경제부로, 디지털콘텐츠 부문은 문화체육관광부로, 국가정보화 정책은 행정안전부로 분산시켰다. 이는 방송과 통신 융합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IT가 국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확산되는 IT기반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지금, 융합에 따른 기대효과보다는 IT 산업 정책 부재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 학자, 정보산업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부처별 기능 중복 및 예산 중복 등 IT 산업의 지원기능 분산에 따르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IT 정책을 내세우는 부처는 많아졌지만 IT 산업진흥 기능이 희석되면서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IT 산업정책을 리드해가는 중심체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부처 간 업무 충돌이 빚어지고 있고, 관련 업체들도 과거보다 더 많은 정부 부처를 상대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최근의 한 사례로 모바일 헬스케어, IPTV 기반의 헬스케어, 헬스케어 게임 등에 있어서 이들 서비스들에 대한 주관 부처가 보건복지부인지 방송통신위원회인지 문화체육관광부인지 공무원들조차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IT 산업은 기술 간, 그리고 산업 간 융합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활용이 증가됨에 따라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IT 제품들은 개별 기기(器機) 중심이었으나 현재에는 IT와 유전공학의 융합, IT와 나노기술·신경공학의 융합, IT산업과 조선·자동차·건설 산업의 융합 등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서의 IT 산업 기반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분산된 IT 관련 기능들을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한 부처가 할 수 없다면 부처의 상위 단계에서 강력한 조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IT 산업 컨트롤타워로 대통령 직속의 IT 산업 전략본부가 신설됐으면 한다. 그런데 작년 11월 10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했다. 업무 중복이 문제가 된다면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IT 산업도 관장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조정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