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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양재동서 당진까지, 8일 정몽구 회장의 7시간

입력시간 :2010.04.08 16:54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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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석래 전경련회장 등이 8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서 일관제철소 준공 버튼을 누른 뒤 축하하고 있다. (사진 우로부터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 조석래 전경련 회장)
[충남 당진=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8일 오전 7시 30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여느 때와 달리 서둘러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된 당진 일관제철소 종합준공식 때문이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당진을 찾았다. 하루 전인 7일에도 아침 일찍 당진에 내려와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던 정 회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님이 당진에 내려올 때면 항상 손님맞이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지난 1월 5일 화입식 때도 정 회장은 하루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공장 이곳저곳을 수차례 둘러보는 등 모든 행사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사옥에서 출발한 헬기가 당진에 도착했다. 정 회장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현대제철 임원들을 불러 모아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말투는 단호했다. 눈에는 비장함도 서려 있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정 회장의 점검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박승하 부회장의 기자회견은 오명석 전무(사업관리본부장)로 대체됐다.

오후 2시 30분. 이명박 대통령의 행사장 입장과 함께 당진 일관제철소의 역사적인 준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정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일관제철소 준공식을 거행하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다짐했다.

목소리는 힘이 넘쳤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짧은 환영사 중에도 수차례 호홉을 새로 가다듬은 뒤 말을 잇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준공식을 앞두고 정 회장이 들뜬 기분에 밤잠을 자주 설쳤다고 했다. 지난 6일에도 하루종일 현장에 머물며 내외빈들의 동선과 식사 메뉴까지 직접 챙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 회장이 일관제철소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은 종합제철소 건립이 정 회장의 오랜 숙원이자, 현대가(家)의 한이 서려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1995년 말 현대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정 회장은 미래 수종사업으로 항상 철강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정 회장은 "철은 산업의 근간이고, 제철업은 최소 100년 이상을 가는 사업"이라는 말을 즐겨하곤 했다. 일관제철소 건설로 선대 회장의 한을 풀었다고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현대제철(004020)(90,200원 ▲ 500 +0.56%) 관계자는 "올 들어 회장님이 당진에 내려온 것만 20여 차례"라며 "당진에 내려올 때면 입버릇처럼 '감격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행사날인 오늘도 전날 봤던 공장 시설들을 다시 둘러보는가 하면, 이것저것 진행상황들을 직접 챙기곤 했다"면서 "정 회장이 이처럼 각별한 애정을 보이면서 사업을 챙기는 모습은 처음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