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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아이패드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하는 이유

아이패드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하는 이유

  주민영 2010. 04. 04 (0) 뉴스와 분석 |

미국에서 3일 오전(현지시간)부터 아이패드(iPad)의 공식 판매가 시작됐다. 아이패드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호응하듯 뉴스사이트와 블로그에도 아이패드에 관련된 기사와 포스트가 쏟아졌다.

아이패드 출시를 전후한 지난 24시간 동안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패드 관련 기사는 70여 개에 달했다. 주요 외신과 블로그 미디어의 IT면 톱기사도 대부분 아이패드에 대한 소식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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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테크놀로지면 톱기사를 차지한 아이패드 기사 (출처 : 뉴욕타임즈 캡쳐)

그런데 아이패드에 대한 기사와 포스트가 쏟아지는 현상이 출시일인 3일 하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처음 공개했던 1월 27일과 예약판매가 시작된 3월 12일은 물론,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없었던 날에도 아이패드에 대한 외신 기사는 끊이지 않았다.

아이패드가 인터넷을 도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애플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아이패드라는 제품이 가진 새로운 컨셉이 주목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패드가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을 공략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양면시장이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두 개의 고객 그룹에 모두 이익을 제공하며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시장 형태를 말한다. 카드 고객과 판매자 그룹을 연결하는 신용카드 사업이나 광고주와 구독자를 연결하는 미디어 산업이 대표적이다.

아이패드는 단순한 태블릿 PC가 아닌 훌륭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가진 콘텐트 소비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하며, 아이패드를 둘러싼 양면시장의 두 그룹인 콘텐트 사업자와 콘텐트 소비자 모두의 이해 관계를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콘텐트 사업자와 소비자를 모두 자사의 마케팅 파트너로 만들 수 있었다.

개발자 그룹과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묶어낸 아이폰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아이패드의 경우는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는 콘텐트 사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신문, 잡지 등 미디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마케팅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콘텐트 사업자는 자사의 콘텐트를 유통시킬 새로운 채널로 아이패드를 주목하면서 아이패드 띄우기에 동참했다. 신문, 잡지 등 미디어가 잇달아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를 자사의 지면을 통해 상세하게 홍보했다. 컨셉 디자인과 동영상, 상세한 기능 설명이 이어졌다.

wired tablet이들 미디어는 아이패드가 올드미디어를 뉴미디어로 이끌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보도하며 뉴미디어 환경에 앞장서서 대응하고 있는 미디어라는 이미지도 확보했다. 전세계적인 독자층과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즈와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왼쪽 사진. 출처 어도비 공식 블로그)가 대표적이다.

미디어를 포함한 수많은 콘텐츠 사업자가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기사가 며칠에 한 번 주기로 인터넷에 등장하며, 아이패드에 관련된 기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의 역할도 컸다. 애플 제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은 지난 1월 아이패드가 공개된 이후로 미디어 못지 않게 아이패드의 성능과 전략을 분석하고 성공 여부를 점치기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아이패드를 먼저 구입하기 위해 하루 전부터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밤을 새기도 했으며, 이러한 진풍경은 외신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보도됐다. 아이패드를 손에 쥔 소비자들은 다른 누리꾼에 뒤질 새라 개봉기부터 상세한 리뷰에 이르기까지 아이패드와 관련된 콘텐트를 인터넷에 쏟아내기에 바빴다.

애플은 이와 같이 콘텐트 사업자와 소비자, 양면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며, 자사의 홍보 전략과 더불어 콘텐트 사업자와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인터넷에 관련 기사와 포스트를 쏟아내도록 만들었다. 애플 혼자서 아이패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미디어(콘텐트 사업자)와 블로거(열성적인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낸 것이다.

시장 상황이 이와 같이 흘러가자 태블릿 PC를 준비하고 있는 경쟁업체들도 자사의 제품을 아이패드와 비교하며 차별점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일부 제품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할 지라도 이러한 홍보 전략은 최대 경쟁자인 아이패드의 미디어 노출을 늘려주는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이패드의 사례는 양면 시장의 두 그룹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혹은 플랫폼)이 판매 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얼마나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 다른 말로 하면 플랫폼을 둘러싼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국내외의 다른 기업들이 시장조사기관의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운운하거나 직접 ‘대박 예감’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여론 몰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근 국내의 한 통신사를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전 탑재하기로 계약한 모 개발업체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해당 통신사의 눈치를 보며 개별적인 홍보활동을 꺼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 애플리케이션은 통신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사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처럼 보도됐다.

최근 들어 많은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생태계을 구성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들의 방식이 과연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들어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이패드의 사례를 통해 수평적인 생태계를 구성하여 양면시장을 구성하는 두 고객 층의 윈-윈을 이끌어내는 방식과 단순히 수백,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독점 계약하여 애플리케이션의 숫자를 채워 넣는 방식의 차이를 국내 대기업들이 깨닫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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