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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디지털포럼] 스마트폰 충격 극복 위해선

[디지털포럼] 스마트폰 충격 극복 위해선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아이폰 충격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의 열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IT 강국의 모습이 하드웨어와 인프라가 전부라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소프트웨어의 부재를 누차 지적했건만 끝내 외면당했고 오늘날 이런 아픈 결과를 얻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스마트폰이 거품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최고의 혁신 기업인 애플과 구글이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과연 그럴까?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TV, 가전제품으로 확장돼가고, 소셜 네트워크는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다.

그 동안 휴대폰에 소프트웨어를 넣을 권한은 제조사와 통신사의 지배 하에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의 위상을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올려놓았다. 시스템 의존도가 없어지니 소프트웨어가 자유로이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모바일 운영체제도 지능적 엔진을 갖춘 개방형 플랫폼이다. 바야흐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꿈을 펼칠 기회를 맞았고, 애플리케이션 경제(App Economy)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PC나 다른 컴퓨터 장비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대로 형성돼 있었다면 그다지 당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 위치하다 보니 더욱 혼란스럽다.

만시지탄이지만 스마트폰 충격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계기가 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본질적 개념과 사상에 충실해야 이 기회를 살릴 수가 있다.

첫째,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수익률이 우수한 분야로 분류된다. 허나 그것은 소프트웨어가 잘 관리될 때만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를 필요에 따라 만들어 쓰는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아이폰이 하드웨어 스펙, 운영체제, 콘텐츠 플랫폼을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 사용자는 끊임없는 커스터마이즈를 요구하고, 프로젝트는 비용과 시간에 쫓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수많은 버전의 제품이 절제되지 않고 배포된다면 재앙에 이를 수 있다. 플랫폼과 패키지를 구성한다는 확신과 신념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둘째, 철저한 소프트웨어의 라이프사이클 관리다. 소프트웨어는 기획, 설계, 개발, 품질보증(QA), 보안성 검증, 통합 테스트, 업그레이드의 유기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몰락하다 보니 이런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극히 드물다. 대다수 프로젝트가 용역 형태로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앱스토어의 성공 여부는 마케팅 구호가 아니라 각각의 프로세스를 세세하게 검증하는 소프트웨어 전문성에 달렸다. 모든 보안 문제는 소프트웨어의 취약점 때문에 발생한다.

셋째, 고객과 소통하는 서비스 인프라다. 소프트웨어는 처음 배달된 시점부터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감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관성과 신뢰가 결여된다면 사용자는 피로를 느낀다. 각종 스팸과 범람하는 광고를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명의 고객이라도 책임지고 서비스한다는 책임감을 갖추어야 한다.

스마트폰은 피처폰과 형태는 비슷하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위치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센서를 내장하고 네트워킹과 휴먼 터치에 충실하다. 그야말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입체적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다. 스마트폰 산업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꽃피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