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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경영복귀… “지금이 진짜 위기” 복권 석달 만에 ‘총수 경영체제’로

이건희 경영복귀… “지금이 진짜 위기” 복권 석달 만에 ‘총수 경영체제’로  전병역 기자

ㆍ“日 겁 안난다” 발언 두달 만에 ‘위기론’
ㆍ1인 지배 부활·‘비상임 회장’ 직책 눈총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를 둘러싼 해석은 다양하다. 재계 일부에서는 “시간의 문제일 뿐 예정된 수순 아니냐”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복권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한은 막강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비상임 회장이라는 ‘꼬리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다. 이 회장이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복귀 결정을 한 것은 그만큼 삼성을 둘러싼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요타의 리콜 파문도 이 회장의 복귀를 부른 간접 요인이다.

주력부대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반도체만한 새 먹거리는 찾지 못한 터다. 냉장고 리콜과 스마트폰사업에 실기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경험과 능력으로는 이런 위기상황을 돌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민은 삼성 측이 공식 트위터에 올린 이 회장의 복귀 소감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 회장은 줄곧 ‘위기’를 강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결연함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

올해 1월 미 가전전시회인 CES 2010에서 일본 경쟁사에 대해 “신경은 쓰지만 겁은 안 난다. 한 번 앞선 것은 뒤쫓아 오려면 참 힘들다”고 자신한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위기론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국내외 사업 환경 변화 탓이다.

앞서 일본-중국 사이의 ‘샌드위치론’이나 1998년 신년사에서 밝힌 “뼈를 깎는 혁신만이 경쟁력을 높인다”며 창조적 혁신과 도전을 강조하던 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배어 있다.

지난해 136조원의 매출과 11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지만 최근 곳곳에서 위기징후가 포착됐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마트폰 대응이 늦어 주도권을 잃고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3%대 점유율에 그쳤다. 품질을 강조하던 이 회장이 무안할 만큼 지펠 냉장고가 폭발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회장이 트위터에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듯 한순간에 낙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위기 경영이 당장 얼마의 효과를 낼지는 장담키 어렵다. 삼성 계열사들이 그동안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변신 노력이 강력한 오너십의 등장으로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참여연대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전자시장은 오너 1인의 기업지배를 위한 통제와 관리라는 구시대적 경영으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향후 행보는 신수종 사업 발굴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빠른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만 해도 5~10년 일찍 나섰어야 하는데 상당히 늦었다”며 “5년여 이 회장의 경영 공백기 동안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대표이사가 아닌 비등기이사 ‘회장’으로 복귀한 데 대한 논란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을 대표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이 회장이 직위·직책 없이 그대로 있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오너로서 의사결정을 하면 상법상 경영에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 같은 지위로 복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19일 정기주주총회 때는 물리적으로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며 “대표이사 복귀 문제는 내년 정기주총 때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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