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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기고] 아시아로 몰리는 미래의 글로벌 경영 인재들

[기고] 아시아로 몰리는 미래의 글로벌 경영 인재들

  •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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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17 22:16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부원장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는 미국 MBA 유학 붐이 광풍(狂風)처럼 일었다. 미국 명문대 MBA 졸업은 좋은 직장과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황금 열쇠로 여겨졌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미국 MBA 출신을 경쟁적으로 스카우트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을 배운 사람들이 국내에서 생각만큼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최근 금융 위기 이후에는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게 된 미국 명문대 MBA가 대거 한국으로 유턴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올해 글로벌 MBA 순위에서 스탠퍼드대 MBA가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미국 대학 MBA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아시아 MBA의 약진이다. 올해 FT 세계 100대 MBA 명단에는 중국이 5곳, 인도싱가포르가 각각 2곳, 그리고 한국의 성균관대(66위) 등 아시아 국가의 MBA 과정 10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09년 4곳, 2010년 8곳에 이어 3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그중 6곳이 세계 MBA 30위권에 들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세계 MBA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이유는 세계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젊은 인재들에게 역동적인 아시아는 기회의 땅이다. 아시아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인재가 늘어나면서 수준 높은 MBA 과정이 속속 개설되었다. 미국의 HULT 국제경영대학원은 지난해 상하이 캠퍼스를 열었다. 학생들은 상하이뿐 아니라 보스턴·샌프란시스코·런던·두바이에 있는 캠퍼스를 옮겨다니며 국제 감각을 기른다. 아시아 MBA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한 홍콩과기대 경영대학원은 학생 10명 중 7명이 외국인이다. 이곳 학생들은 서구화된 홍콩 교육 시스템에서 중국 경제와 문화를 배우면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급속도로 이동하면서, 각국 경영대학원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MBA를 운영 중인 대학 지원자 수가 감소했다. 유럽 최고 명문 MBA로 꼽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입학 지원자가 11%나 줄었다. 유럽 MBA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졸업 후 낮은 취업률과 급여 삭감 등 우려 때문이다. 유럽 학생 상당수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이나 아시아의 경영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한류(韓流)는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국가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 결과 한국에 호감을 갖고, 한국 대학 MBA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를 배우며,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세계의 젊은 인재가 늘고 있다. 2011년 하반기 기준으로 국내 13개 대학의 외국인 MBA 학생은 238명에 이른다. 2007년 111명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한국의 경영대학원들은 이처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싱가포르의 MBA와 경쟁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와 양질의 교수진을 갖춘 국내 MBA가 초일류 아시아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교과과정에 잘 반영한다면 세계 유수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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