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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대박이라더니...앱 개발자, 설 땅 좁아진다

스마트폰 앱 대박이라더니… 앱 개발자, 설 땅 좁아진다

한국경제 | 입력 2011.06.27 18:30 | 수정 2011.06.28 01:40 |

모바일 광고시장 협소…공짜 '블랙마켓'도 성행

"앱만 잘 만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네요. "

지난 4월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전업으로 삼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 김상근 씨(33)의 얘기다.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수억원을 벌었다는 앱 개발자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과감하게 앱 개발 열풍에 몸을 실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가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해 앱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덩달아 앱 장터를 키우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취약한 광고기반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무료로 앱을 배포한 뒤 앱에 광고를 실어 수익을 얻는 방식을 이용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바일 광고시장 규모가 협소해 앱 개발비도 못 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3000억원으로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국광고주협회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광고주들이 많아 정확한 규모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앱 '서울해우소'를 제작한 리토스의 윤지환 팀장도 "앱에 광고를 내겠다는 광고주가 별로 없어 사실상 광고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모바일광고 서비스업체인 L사는 몇 달째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해 앱 개발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멀쩡한 유료 앱까지 무료로


아직까지 '앱=공짜'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도 문제다. 앱 개발에 따른 수익을 전적으로 광고에만 의존토록 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앱을 무료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블랙 마켓'까지 성행하고 있어 개발자들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버 관리비용 정도만 마련하기 위해 무료 인기 앱에 광고를 달자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2009년 고교 2학년 때 '서울버스'라는 앱을 개발해 업계에 화제를 낳으며 연세대 글로벌 융합공학부 수시전형에 합격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는 유주완 씨의 경우다. 그는 앱 서버 관리 비용을 부모에게 더 이상 의지할 수 없다며 앱에 광고를 달았지만 '공공정보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난에 광고를 내려야 했다.

◆차별화도 어려워

대동소이한 앱들이 쏟아져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개발자들의 고민이다. 현재 국내 기준으로 애플 앱스토어는 33만개,안드로이드마켓은 20만개의 앱을 각각 갖고 있다.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앱만 30개가 넘는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기존 앱을 향상시킨 앱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군소 개발자들의 의욕을 꺾는 요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최근 자사의 앱 '다음 지도'에 '서울 버스'와 유사한 버스 안내기능을 포함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 등 멀티미디어로 발신자를 표시하는 앱인 KT의 '쇼미'도 국내 모바일 벤처기업인 휴니티드가 지난 4월 출시한 '링플레이'와 비슷하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작년부터 앱 개발 붐이 일었지만 이제 정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며 "규모와 역량을 갖춘 IT 전문기업들의 앱 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1인 개발자들의 입지는 갈수록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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