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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강자 ‘비지오’와 ‘혼하이’의 경영 비결

신흥강자 ‘비지오’와 ‘혼하이’의 경영 비결 독특한 외주, 통합생산 방식으로 전자시장 장악 2011년 04월 19일(화)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지난해부터 미국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소니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 미국 가전업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비지오(Vizio). 비지오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경쟁력이다.

지난해 미국 LCD TV 시장 점유율 1위로 600만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비지오의 전체 임직원은 168명에 불과하다. 사옥이라 해보았자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내 2층짜리 조그만 건물이 전부다.

그러나 여기에 비지오의 성공 비결이 있다. 비지오 직원들은 이 작은 건물 안에서 기획, 마케팅, 콜센터와 일부 디자인만 담당하고 나머지 생산 유통 애프터서비스 등은 모두 외주를 준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대폭 줄어들고, 품질과 성능이 비슷한 TV를 경쟁사들보다 20~30% 싸게 팔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3無 경영’으로 미국 TV 시장 제패

2002년 설립된 신흥 기업 비지오가 2005년 시장진입 후 이처럼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로 생많은 경영 전문가들이 생산공장,선도기술,유통채널 등이 없는 ‘3무(無) 경영’을 꼽는다.

▲ 비지오(Vizio)는 제조, 유통채널 등을 대부분 아웃소싱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비지오 제품을 팔고 있는 야후쇼핑.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조 부문에 있어 비지오는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 시장 선두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TV세트 분야에서 개발 능력을 갖춘 대만계 암트란과 강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유통 부문에서는 기존의 주력 유통채널이었던 베스트 바이(Best Buy), 서킷시티(Curcuit City) 등 전자제품 전문점 대신 코스트코(Costco), 워마트(Warmart), 시어즈(Sears) 등 창고형 할인매장을 집중 공략해 20% 정도 마진을 절감할 수 있었다.

비지오는 경쟁력 있는 제조 전문기업에의 위탁 생산을 통해 우수한 품질의 TV 제품을 확보한 한편, 고정자본이 많이 드는 설비 투자 부담을 없애고 신 유통채널 발굴을 통해 마진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혼하이, 실질적인 ‘아이패드 2‘ 승자

비지오와 정반대 경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대만 전자업체 혼하이(Hon Hai)다. 혼하이는 데스크탑 및 노트북, 라우터 및 스위치, 브로드밴드 및 VoIP 장비 등을 포함하는 네트워킹 장비, 휴대폰, 게임기, MP3 등의 모바일 기기, LCD 디스플레이 및 모니터 등 전자 산업 대부분의 부품 및 세트를 전문 생산하고 있다.

현재 델, HP, 소니, 인텔, 시스코, 노키아, 모토롤라, 애플 등 다수의 브랜드 기업들이 히트 상품의 상당 부분을 혼하이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이패드 2’의 실질적인 승자로 혼하이를 지목했다. 상품 개발서부터 수익까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이패드 2'의 승자로 대만 전자업체인 혼하이를 꼽았다. 
혼하이가 이처럼 히트상품을 양산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특이한 수직통합의 제조 방식이다. 혼하이는 자사가 생산하는 세트 제품에 탑재되는 전체 부품 중 약 3분의 1 가량을 자체 생산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그리고 부품과 세트 간의 협업을 통해 각 공정상의 약점을 상호 보완하고 강점을 배가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부품과 세트 간의 공동 개발 등으로 재료비 및 포장·물류비를 절감하고, 외부 조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격 변동의 리스크를 줄이는 등 비용을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간 납기 측면에 있어서도 짧은 이동거리 등으로 인해 큰 이익을 얻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성공한 이 두 기업의 스타일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을 롤모델로 해야 할 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지오 유형의 조립식 사업 모델과 혼하이 유형의 수직통합 모델을 비교해 어느 쪽을 선택할 지가 기업들의 고민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조립식 사업모델 진영과 제조 수직통합 진영 간의 협력·공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점이다. 조립식 사업모델을 가진 브랜드 기업들이 대만 등의 제조 전문 기업들에게 생산 물량을 위탁함으로써 한쪽의 역량 강화가 다른 한쪽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금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사용해왔던 기업들은 상당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전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삼성, LG,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대기업들이 비지오, 혹은 혼하이와 같은 탈제조화, 수직통합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위원은 “혼하이와 같이 극한의 수직통합과 공정·장비 혁신을 고려할 수도 있고, 비지오처럼 점진적으로 제조 부문을 덜어내면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중심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방향이 옳은 것인지를 명확히 진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4.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