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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미래 SW·솔루션·콘텐츠에 있다…조직 대수술

삼성의 미래 SW·솔루션·콘텐츠에 있다…조직 대수술
"무선사업부 직원 70%가 스마트폰 안쓴다는게 말이 되나"
아이폰ㆍ도요타 쇼크에 대한 철저한 내부 반성서 출발
의사결정 구조 톱다운서 아이디어 많은 바텀업 방식 전환
"애플도 깜짝놀랄 직급파괴 통해 글로벌삼성으로 거듭날것"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미래를 걸고 있지만 무선사업부 직원 가운데 70%가량이 스마트폰을 쓰지 않습니다. 위에서 시키는 과제만 수행하면 되니까 굳이 이를 사용해야 하는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지요."(무선사업부 A부장)

"애플에서 아이폰을 내놓은 지 3년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삼성이 제대로 된 대항마를 내놓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입니다. 관료적 조직을 갖춘 삼성의 한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B과장)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직 약자다.

운영체제(OS)로 자체 개발한 `바다`를 발표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통해 윈도폰 OS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장터인 `앱스토어` 구축에서 애플보다 한발 늦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내부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이들은 아이폰이 지난해 11월 한국에 출시되면서 폐쇄적인 국내 IT 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꿔놓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삼성이 구글폰을 먼저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반성의 고백도 나왔다.

한 직원은 "우리는 뭔가 창조적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었고 만들어서도 안됐다. 성공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반성의 결과물이 창조적 조직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연간 목표를 정하고 여기에 맞춰서 일을 해 왔다. 위에서 지시한 대로만 일을 하면 되기 때문에 창조적인 사고보다는 정확한 날짜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은 "개발하다 보면 가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 `뜬구름 잡지 말고 다른 거 생각해봐! 바로 시장에 낼 수 있는 걸로…`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IT 기업의 다양한 사례를 수집했다. 미국의 구글과 애플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조직 서열에 관계없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팀을 꾸려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서 개발된 것들은 `구글랩`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공개돼 사업 타당성을 거치게 된다.

구글랩을 통해 개발된 것들이 이메일 서비스인 G메일과 구글 캘린더, 문서작업 등을 할 수 있는 구글 닥스 등이다. 이는 현재 구글의 핵심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도요타 쇼크`도 삼성전자에는 좋은 교훈이 됐다. 성과 지향을 목적으로 직원들을 쥐어짜기보다는 직원과 함께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2008년 10월부터 비즈니스 캐주얼 제도를 도입하고 조직문화 바꾸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단순히 넥타이만 벗어던진 것이었지만 파급력은 상당했다.

캐주얼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편안한 복장으로 인해 회사 분위기도 부드러워졌고 이는 생각의 유연성이나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에는 자율출근제도를 도입했다. 자신에게 적합한 근무 패턴을 선택함으로써 일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인다는 목적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오래전부터 창조경영을 주창했으나 임직원들이 잘 깨닫지 못했는데 애플 쇼크 이후 창조적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분위기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단품 위주의 제조만으로는 안되고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콘텐츠 비즈니스까지 결합한 쪽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한다고 공감하는 조직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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