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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흥미와 창의적 인재 인간의 언어능력으로 살펴본 창의적 인재의 특성

언어와 흥미와 창의적 인재 인간의 언어능력으로 살펴본 창의적 인재의 특성 2010년 12월 08일(수)

과학창의 칼럼 창의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계발되는가? 아마 이 두 가지가 모든 창의성 관련 논의의 핵심일 것이다. 본고에서는 인간의 언어능력이라는 조명을 통해 창의적 인재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하며, 개인의 내재적 흥미라는 창을 통해 창의적 인재 양성이 가능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인가 살펴보기 위해 ‘누가’ 창의적인가 생각해보자. 창의적 동물이 과연 존재하는가? 창의적 인재를 말하기에 앞서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져본다. 현재까지 우리의 지식으로 지구상에 창의적이라 불릴 수 있는 동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지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침팬지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돌고래도 창의적이라고 불리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그동안 언어학자들이 침팬지에게 그토록 언어를 가르치려 했지만 결국 두 단어 문장사용 이상에 성공하지 못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돌고래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의사소통(Communication) 체계도 그들의 뇌에 기록되어 있는 생물학적 프로그램일 뿐 학자들은 엄밀한 의미의 언어(language)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들이 보여주는 단순한 의사소통은 인간의 언어에서 나타나는 창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언어를 습득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그것을 변형하고 생성해 나아간다. 이렇게 계속 변화·발전 되어온 인간의 언어는 인간만의 정밀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현대 문명을 가능케 한 고등사고를 지배할 정도의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한다.

언어능력의 두 가지 특성, 새로움과 유용성

오직 인간만이 보유하고 있는 이러한 놀라운 언어능력은 두 가지 핵심적 특성을 보이는데 그것은 새로움과 유용성이다. 바로 이것은 오늘날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창의성의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데로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이러한 창의적 속성은 매우 뚜렷해진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제공한 기존언어를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단어와 어법으로 끊임없이 진화시켜 새로운 수준의 사고를 가능케 해주는 인간의 언어능력은 기존지식과 고정틀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산물을 만들어 내어 우리 사회에 유익을 주는 바로 창의성의 발현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이러한 언어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창의적인 존재이자 이미 창의적 인재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또 오직 인간만이 동물과 달리 언어를 사용하는 창의적 인재이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롭고 유용한 산물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창의적 존재이다.

그러면 무엇이 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중요 원동력이 될까? 앞서 창의성은 사람에 의해서만 나타남을 강조했으며 따라서 각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모든 창의적 아이디어와 산물은 개인과 사회의 필요성에서 출발한다.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인간의 생각 속에 먼저 존재하고 그 아이디어에 따라 가시적으로 새로운 산출물이 창조된다.

물론 이 산출물은 다양한 유형과 방법으로 표출되는데 이전에 전혀 없었던 물건일 수도 있고 그 동안 숨겨져 있던 것의 발견일 수도 있으며 처음 보는 이론과 해결책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새로운 물건, 발견, 해결책에 대한 필요성이 처음부터 개인에게서 출발된 것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동기와 흥미, 의미부여가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사회적 필요성에서 처음 출발이 되었다면 여기에 우리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실 오늘날 창의적 인재와 창의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많은 목소리들이 개인적인 필요성에 더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동기와 흥미, 의미부여가 뒤따르고 내재화되지 않으면 창의성의 꽃을 피우기가 어렵다. 창의적 산출물에 이르는 길고 힘든 여정, 즉 창의적 성취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아무도 가지 않은 아직 길도 아닌 좁은 길, 불확실한 미지의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은 결국 개인의 내재적 동기와 흥미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차원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고는 창의성 교육이 성공하기 어렵다.

아무리 국가적 필요성이 절실해도 개인의 흥미를 도외시한 교육은 공허한 결과를 낼 것이다. 이미 이러한 공허함은 우리에게 고통스런 현실로 다가와 있다. 세계 최상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 학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낮은 흥미도, 최상위권 학생들의 낮은 경쟁력, 청소년의 낮은 행복도, 학교교육 부적응자의 증가, 성인들의 낮은 삶과 직무 만족도, 높은 자살률 등 각종 통계 지표들이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의성의 핵심은 흥미와 내재적 동기

앞으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교육시설, 학교운영, 교사의 전문성, 내신평가와 입학사정기준은 이것을 중심에 두고 재편되어야 한다. 창의성을 꽃피우는 핵심이 흥미와 내재적 동기라고 하면서 여전히 학업성취도 일변도로 교육하고 평가하고 반영해 버리면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무관하게 성적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우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우리사회는 ‘창의적 가능성이 적은 우수 성적자’를 인정하며 보상한다는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계속해서 강력하게 주는 것이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어떠한 구호와 정책도 비웃음만 살 뿐 공허한 울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 매우 성공적이며, 만일 진정 그것이 아니라면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바꾸어야 한다.

그 대가는 사회인식의 변화와 함께 학교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모든 대가를 의미한다. 학부모 등 각 이해주체의 이견과 이해 부족으로 인한 초기 단계의 갈등과 혼란, 교사와 행정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별도의 학습과 노력,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실공간 등 물리적 환경 재구조화, 교사의 업무량 조정과 역할 변화를 위한 예산 등 이 모든 것들이 필요한 대가이며 이러한 자원들과 비용들은 학생의 흥미와 내적 동기를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지원해 주는 교육의 방향으로 지불돼야 한다.

제공: 월간 과학창의 |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저작권자 2010.12.0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