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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TV’ 보려다가 속만 ‘부글’

‘구글TV’ 보려다가 속만 ‘부글’

파이낸셜뉴스 | 권해주 | 입력 2010.12.05 17:38

세계 TV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구글-소니의 합작 스마트TV인 '구글TV'가 이름값을 못한 채 재고만 쌓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TV와 달리 PC보다 복잡한 작동법과 볼 만한 콘텐츠가 부족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일 TV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가을 소니가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TV 경쟁에 불을 붙인 '구글TV'가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소니는 최근 10% 이상의 대규모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소니는 지난달 말부터 117㎝(46인치) 크기 '구글TV' 가격을 1199달러(약 137만원)로 종전보다 200달러(약 23만원) 인하했다, 102㎝(40인치) 제품은 898달러(약 102만원)로 100달러(11만원)를 인하했다.

북미 최대 쇼핑특수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대응하겠다는 게 소니의 가격인하 명분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니가 당초부터 '구글TV'를 삼성·LG전자의 최신형 액정표시장치(LCD)TV에 비해 싸게 판매하는 저가전략을 폈었는데 추가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구글TV'의 재고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TV'의 전략적 문제점으로 △볼 만한 콘텐츠가 없고 △인터넷을 활용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5월 구글TV를 세상에 알렸던 구글은 그동안 방송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방송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국 3대 방송사인 ABC, CBS, NBC가 콘텐츠 공급을 거부한 것은 물론 인기 폭발의 동영상 서비스 훌루, 미국 최대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 폭스까지 구글TV의 요청에 손을 내저었다.

시청률 하락과 광고 물량 축소를 우려한 방송사 및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구글 진영에 합류하길 거부한 것이다.

조작법이 불편한 것도 '구글TV'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지는 "'구글TV'를 보기 위해 초기설정만 12단계에 달하는 데 무려 40분이나 걸리고 소파에 앉아 검색 결과를 보려면 글씨가 너무 작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지 역시 "검색 결과가 제각각이어서 동영상 하나 찾는 데 웹을 다 뒤져야 할 판"이라며 "동영상을 실행할 때 너무 낮은 화질과 뚝뚝 끊기는 현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세대 TV가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구글TV'와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데는 세계 TV업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구글TV'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셈이다.

구글에서조차 단기간 내 스마트TV를 퍼뜨리긴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구글의 니케시 아로라 글로벌영업 및 사업개발부문장은 "앞으로 5∼8년 뒤엔 구글TV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해 스마트TV 활성화가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