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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이슈와 전망] LG전자, SW회사로 거듭나야

[이슈와 전망] LG전자, SW회사로 거듭나야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

입력: 2010-09-30 20:09 | 수정: 2010-10-01 14:45

스마트폰 열풍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던 LG전자가 최근 구본준 부회장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오너 집안 사람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실적을 보인 분이라 기대가 크다. LG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TV에서는 16.5%를 점유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이런 LG전자가 선장을 급히 바꾸며 새로운 전략을 찾는 것은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리라.

애플과 구글이 선도하는 그 변화의 본질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확산이다. 모바일 폰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애플과 구글이 기존의 모바일 폰 시장의 판을 뒤엎었다. 스마트폰은 통신기능이 포함된 컴퓨터이다. 운영체계 위에 응용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컴퓨터 구조를 그대로 본 뜬 것이다. 더구나 장비를 판매한 후에 소프트웨어를 따로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여 통신사들의 기득권을 무너트렸다.

모바일 폰 시장에서 기세를 올린 애플과 구글이 이제는 TV시장으로 진출한다. TV도 컴퓨터로 구현하면 다양한 기능을 용이하게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세면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비행기 산업으로도 진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업종에 상관없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중요한 의사결정에 깊게 참여하여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소프트웨어 기술과 상품적 특성, 또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를 깊게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사령탑에 오른 회사는 승승장구한다. 애플ㆍ구글ㆍ아마존ㆍ이베이 등이 그렇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휴대폰 시장의 세계 1위인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을 CEO로 영입했다. 이런 점에서 계산통계학과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컴퓨터 사업에 경험이 많은 구본준 부회장의 선임에 큰 기대를 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LG전자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경영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바로 경쟁력이다. 장치산업과 달라서 거대한 투자를 한다고 바로 성과가 나지도 않는다. 창의력 있는 사람을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

특히 잘 만든 소프트웨어 모듈은 공유와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스스로 양질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공유하는 풍토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공유하고 재사용 할 수 있는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혼자 사용하려고 만드는 것보다 아홉 배의 노력이 든다.

회사 내에서 한번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가급적 다시 개발하지 말아야 하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보수 하여야 한다. 애플의 능력은 70년대부터 개량해 온 운영체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선진 기법은 즉시 도입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에 맞는 인사관리 철학이 정립되어야 한다.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만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공헌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관리체제의 확립으로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평가해 주어야 한다. 또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새로운 것을 부단히 시도할 수 있는 자유 분방한 기업 분위기도 필요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경쟁이 필요하나 그 후는 협동이 바람직하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적처럼, 공유와 협동의 가치 추구가 정보재를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영철학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 LG전자가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