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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소재는 한국적, 주제는 보편적… 팩션(faction)·판타지·추리 장르가 유리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소재는 한국적, 주제는 보편적… 팩션(faction)·판타지·추리 장르가 유리

  • 기사 입력 : 2010.09.17 03:06 / 수정 : 2010.09.17 07:33

이인화 교수가 귀띔하는 '이렇게 쓰면 당선된다'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어야 조폭물 등 흔한 소재는 불리

"한국의 스토리는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 편에 100억, 200억원씩 투자하는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5000만명 사는 한국 시장에만 머물게 할 겁니까?"

지난해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부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인화(44)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이화미디어센터장)는 인터뷰 내내 '글로벌 경쟁력'과 '글로벌 보편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토리 공모대전은 무엇보다 '이게 세계 시장에 내놨을 때 통할 이야기인가' 하는 점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응모자들은 'UFO'의 원칙, 즉 보편성(Universality)과 구현 가능성(Feasibility), 독창성(Originality)의 원칙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감동적이고 독창적인 스토리, 세계인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야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스토리 공모대전의 심사위원단은 각계각층으로 구성된다. PD, 작가, 드라마 제작자, 영화감독, 교수 등이다. 모두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어 특정 심사위원의 평가에 의해 순위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 합산된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가 매겨지고 최종 토의 과정을 거친 뒤 대상 작품이 결정된다.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창작물)이나 판타지, 추리 장르에 도전하는 게 유리하다"고 귀띔한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장벽 없이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장르일 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큰 시장에서 선호하는 '검증된' 장르이기 때문이다.

소재는 한국적이어도 주제는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는 "우리 전통의 소재에서 출발하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우리 국민만 아는 사실에 천착해선 안 된다"며 "스토리는 한국적이어도 스토리텔링은 글로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담장' 등 지엽적인 소재에 집중한 작품이 탈락한 이유다.

이 교수는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양제혁씨의 작품 '철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예로 들었다. 6·25 발발 3일 전 남한에 정찰병으로 내려왔다가 대오에서 탈락한 한 북한 군인이 38선 부근에서 전쟁 영화를 촬영 중이던 남한 영화인들에 발견되면서 엑스트라로 캐스팅된다는 줄거리다. "현실(6·25전쟁)과 가상(전쟁 영화)이 혼재되는 속에 가상이 현실을 끌어안는다는 결말이 돋보였습니다. 배경은 한국적이지만 보편적인 감동으로 주제를 이끌어간다는 건 이런 경우죠."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기존에 숱하게 반복돼온 관습적인 틀을 사용하는 것이다. 조폭물, 학원 로맨스물, 전쟁물 등 최근에 유행했던 소재를 다시 사용하면 식상하다는 인상부터 준다. '각색'이란 이름으로 원작자 허락 없이 기존 저작물을 차용한 작품은 무조건 탈락이다. 신춘문예나 시나리오 공모전, 드라마 극본 공모전 등 기존 대회에 출품했던 작품을 그대로 내는 것도 안 된다.

이 교수는 "스토리 공모대전은 '대장금' '겨울연가' 등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류 드라마의 수준을 뛰어넘는 작품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래서 드라마, 게임, 영화, 만화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스토리 창작에만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토리가 좋으면 아무리 원안(原案)을 엉성하게 써놔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합니다."

더 나은 스토리를 위해 소위 '막장 설정'을 활용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런 기준 자체가 문화적 검열이기 때문이다. 그는 "더 좋은 소재, 더 충격적인 소재를 찾는 것은 작가로서 당연한 과정"이라며 "다만 극단을 보여주되 그걸 감싸안는 주제의식은 보편적이고 감동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콘텐츠시장은 유통사(방송사)가 모든 수익을 다 가져가고 정작 제작사와 원작자는 손가락을 빠는 왜곡된 형태였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작가가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일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