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생태계/지식

"뇌 작동원리 밝히면 영화 속 아바타 현실 될 수 있다"

"뇌 작동원리 밝히면 영화 속 아바타 현실 될 수 있다"

한국경제 | 입력 2010.08.31 18:32 | 수정 2010.09.01 01:47 |

세계 뇌과학계 샛별 이진형 美 UCLA 교수
뇌신경-헤모글로빈 농도 관계, 기능성 자기공명장치로 측정
네이처 "신경망 연결 연구 무한한 잠재가능성 제시"


지구촌을 열광시킨 영화 '아바타'에 주인공의 뇌가 내리는 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분신(아바타)이 나온다. 주인공은 아바타를 움직이기 위해 특수 장치 안에 들어가 자신의 신경세포를 특정 시스템과 연결한다.

판타지 같은 이 영화 속 장면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젊은 여성 과학자가 있다. 이진형 미국 UCLA 전기공학과 교수(33 · 사진)다. 이 교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측정된 뇌신경세포와 인체 내 헤모글로빈 농도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논문을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네이처는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열망해온 신경망 연결을 연구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가진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내년부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KAIST 등이 수행하는 국가프로젝트인 '수리적 뇌기능 판독' 연구에 참여한다. "영화 아바타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이 교수를 31일 이메일 인터뷰했다.

▼뇌의 특정영역을 fMRI 장치로 촬영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약 3000억개의 교질세포(신경세포를 도와주는 세포)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분석하기가 매우 힘들다. 세포의 모양이나 종류,기본 성질을 알아내는 것도 어려운데 세포들이 모여 어떤 회로를 구성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산 넘어 산'이 아닐 수 없다. 전자회로같이 뇌회로를 관찰할 수 있고 오동작 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뇌질환 치료 기술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박사논문도 전자공학 가운데 의료영상기술에 관한 주제로 썼다. 박사후연구과정(Post-Doc)에서는 새로운 촬영기술을 계속 실험했고 나노입자를 이용한 새로운 분자영상촬영기술을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

▼최근 연구 결과에 대해 네이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fMRI는 대표적으로 BOLD(Blood Oxygenation Level Dependent · 헤모글로빈의 농도 변화) 신호를 측정함으로써 뇌의 활동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뇌활동을 볼 수 있는데 주로 시각 청각 촉각 등 자극을 주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이다. 다만 결정적인 단점은 뇌세포의 활동과 측정되는 신호 간 정확한 상관관계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 BOLD 신호와 신경세포 간 상관관계 여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흥분신경세포(Excitatory Neuron)라는 한 가지 종류의 신경세포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BOLD 신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둘 간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걸 네이처가 높게 평가한 것 같다. "

▼세계적 뇌과학 프로젝트 '휴먼 커넥톰(Human Connectome)'과 같은 맥락의 연구인가.

"휴먼 커넥톰은 뇌신경 연결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구조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신경활동을 함께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쉽게 얘기하면 뇌 회로에 신호를 보내고 자극할 때 회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뇌 회로분석 및 디버깅(Brain Circuit Analysis and Debugging)'이라고 부른다. 또 확산텐더영상(DTI)을 이용한 구조적 연구,광유전자학 기반 fMRI를 이용한 인과관계 연구를 통해 뇌 회로 성분을 미세하게 조작하고 이 조작이 뇌 회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게 볼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냈다. 이는 각종 뇌신경 질환이 어떤 뇌 회로의 오동작 때문에 발생하는지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장기적인 목표는 뇌 동작 원리 전체를 밝히는 데 있다. 뇌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또 팔다리나 시청각 등과 관련된 인체 기관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영화 '아바타'와 같이 뇌의 기억을 읽어내거나 조작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 "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이진형 교수는…

1977년생인 이진형 교수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나 전기공학 석 · 박사 학위를 땄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과정(Post Doc)을 마친 그는 2007년부터 UCLA 전기공학과 정신의학 · 방사선학 분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올 3월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자기공명영상과 현미경을 통해 본 휴먼 커넥톰'을 주제로 주최한 뇌과학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국내외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소개한 논문이 지난 5월호 네이처에 실리면서 세계 뇌과학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의 젊은 과학자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전기공학에 대해 "수학 물리학 등 기초학문을 토대로 전기적 시스템을 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 출퇴근용 태양광자전거 국내 첫 개발

▶ '1천조분의 1초' 초강력 레이저 빛 성공

▶ [뉴스카페]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 눈앞…누가 먼저?

▶ [프론티어사업 기술이전 사례] (2) 엘엠에스, 光픽업용 편광제어 부품 양산

▶ 구남온 연세대 교수, 간질환 발병 원인 동물실험으로 규명

< 성공을 부르는 습관 >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