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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그분’이 오셨어요!

스마트폰에 ‘그분’이 오셨어요!

특색 있는 ‘종교 앱’ 등장… 현대인 종교생활 트렌드 바뀐다

이코노믹리뷰 | 정백현 | 입력 2010.08.24 16:29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 쏟아져 나오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매우 다양하다. 흥미로운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성 앱을 비롯해 교통정보 제공, 영어 교육용, 운세 앱 등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앱 스토어에 흘러 다니는 다양한 앱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앱이 있다. 바로 각 종교별로 개발된 '종교 앱'이다. 최근 다채로운 종교 앱들이 앱 스토어 판매 순위에서 종종 상위권에 랭크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종교 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증거다.
교회와 성당, 사찰에 근엄히 앉아 있던 신들이 스마트폰으로 몰려오고 있는 21세기의 종교생활.

미사 때 책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성경 구절을 따라 읽고, 주일예배 담임목사의 설교를 교회가 아닌 지하철에서 보는 것이 이제 현실이 됐다.

경전 없어도 폰 하나면 예배·예불

회사원 박진용(28)씨는 한때 사제의 꿈을 꿨던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그는 성당에 갈 때 두 가지 물건을 꼭 챙긴다. 가톨릭 성가집과 성경 구절을 날짜에 맞춰 분류한 '매일미사'라는 작은 책이다.

성당 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성경공부가 있는 날이면 두꺼운 성경책과 노트도 들고 간다.

그는 지난 4월 아이폰3GS를 구입했다. 아이튠즈 앱 스토어를 검색하던 그는 '매일미사'와 '가톨릭 성가' '가톨릭 성경' 앱을 발견, 바로 내려받았다.

앱을 내려받은 뒤로 그의 성당 가는 길은 한결 가벼워졌다. 성가집과 매일미사는 집에 두고 다닌다.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미사 중에 등장하는 성경 내용은 매일미사 앱에 전부 나와 있다. 성가 역시 가톨릭 성가 앱 속에 악보가 담겨져 있어서 편리하다. 가톨릭 성경 앱 덕분에 성경공부가 있는 날에도 손이 가벼워졌다.

박씨는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생활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점을 가톨릭 앱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 동안 지하철 안에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기란 쉽지 않았죠. 들고 다니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면서 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32년을 종교 없이 살아왔던 회사원 오지훈(32)씨는 불교 신자인 애인의 권유로 얼마 전부터 불교 신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맛있는 간식을 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불교 수계를 받았지만 수계식 이후 절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낯선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경전의 내용이 어렵고 교회처럼 절이 흔한 것도 아니어서 꽤나 고생했다.

그가 불교를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도움이 컸다. 한 달 전 구입한 갤럭시S에 '불교 경전'이라는 무료 앱을 내려받은 것. 이 앱에는 금강경, 반야심경, 번화경, 천수경 등의 경전이 그대로 수록돼 있다.

오씨는 "어렵게만 생각했던 불교 경전을 더 쉽게 이해하게 됐다"고 앱 이용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앱 덕분에 앞으로 절에 가서도 웅얼거리지 않고 반야심경을 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을 교세 확장에 활용하려는 종교계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애플 아이튠즈 앱 스토어나 SK텔레콤 티스토어 등 스마트폰 앱 스토어 시장에 출시된 국내 종교 관련 앱은 알려진 것만 약 40여 개에 이른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앱, 영어권 앱 등을 포함하자면 어림잡아 60~80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인기' 앱 다운로드 3만 건 넘어

주로 유통되고 있는 종교 관련 앱의 대부분은 경전이다. 그 중에서도 개신교와 천주교의 성경 앱이 많다. 70권가량에 이르는 두꺼운 성경책이 적은 용량의 앱 안에 모두 수록됐다. 일부 앱의 경우 성경에 대한 강해요약 글도 담겨져 있다.

찬송가 앱은 성가집의 악보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가톨릭 성가'의 경우 500여 곡의 성가 중 약 400여 곡의 성가 MP3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와이파이(Wi-fi) 지역에서는 무료로 이 성가를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앱은 누가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일까? 천주교의 경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월 '세계 소통의 날' 메시지를 통해

"최신 시청각 수단이야말로 복음 전파의 새로운 장"이라며 성직자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뒤, 전 세계 가톨릭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독자적인 개발부서도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은 '매일미사' '가톨릭 성가' '가톨릭 성경' '가톨릭 주소록' 등 9종의 앱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개발자인 서울대교구 측은 '매일미사'와 '가톨릭 성경' 앱의 사용자가 현재 3만5000명 정도에 이른다고 전했다.

개신교는 아직 독자적인 앱 개발 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성경 앱은 교회 내 성경연구회 등 개인 개발자들이 개발하고 있다.

그 와중에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가 개신교 대형교회답게 총 8가지에 이르는 성경 버전과 담임목사 설교, 묵상 서비스, 기도, 교회 정보 등을 하나로 통합한 '사랑의 교회' 앱을 무료로 지난 5월 중 선보인 것이 눈에 띄는 성과다.

'사랑의 교회' 앱은 3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숫자를 기록할 정도로 신도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불교계는 주요 종교 중에서 앱 개발에 가장 뒤처진다. 간간히 관련 앱이 눈에 띄지만 천주교와 기독교의 공세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반야심경, 금강경 등 주요 경전 앱들이 바로 그것. 현재 앱 스토어 상에서 검색되고 있는 불교 관련 앱은 10개에도 못 미친다.

드러난 수치로는 앱 개발에 가장 뒤지지만 불교계도 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측은 "총무원, 포교원, 불교문화사업단 등이 IT 개발업체와 함께 다양한 앱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9월쯤 외국인용 템플스테이 소개 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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