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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나다 키네틱 아트와의 만남, 테오얀센전

살아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나다 키네틱 아트와의 만남, 테오얀센전 2010년 08월 17일(화)

“자, 이제 시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와!”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 현장. 엔지니어의 시연 시작 멘트와 동시에,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웅장한 조형물이 갑자기 살아있는 듯 빠르게 움직인다.

전체 길이 12m, 높이 2.7m의 거대 작품이 움직이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놀라움 섞인 탄성이 전시관을 가득 메운다. 시연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앞자리를 차지한 아이들부터, 무심코 지켜본 어른들까지 모두들 호기심 어린 흥분된 표정을 짓고 있다.

▲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테오얀센의 키네틱 아트 작품 시연을 감상하고 있다. 


예술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다

관람객을 호기심과 상상의 세계로 이끈 이 조형물은 키네틱 아트로 탄생한 해변동물 ‘아니마리스 모둘라리우스’(테오얀센 작)라는 예술작품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테오 얀센’을 치고 검색되는 동영상을 보면, 한적한 해변에서 수십 개의 다리를 움직이며 걷고 있는 집 채 만한 해변동물의 모습이 등장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뼈대와 페트병으로만 창조된 예술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이 작품이 모터 등 별다른 동력원 없이 바람만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는 ‘움직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키네시스(Kinesis)’에 어원을 두고 있다. 즉 키네틱 아트는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작품에 움직이는 부분이 있는 예술 작품을 총칭하는 말이다.

1913년 프랑스의 전위예술가인 마르셀 뒤상이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올려놓은 조각 작품을 선보이면서 키네틱 아트의 첫 출발선을 그었다. 그 후 우리에게 익숙한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에 의해 키네틱 아트는 하나의 예술장르로서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됐다.

▲ 해변에 설치된 테오얀센의 최신작품 아니마리스 우메루스가 바람을 동력으로 걷고 있다. 


기계운동의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여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는 6월 12일부터 10월 17일까지 네덜란드 출신 예술가 테오얀센의 키네틱 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테오얀센은 키네틱 아트의 현존하는 최고 거장으로 통한다. 네덜란드 태생인 작가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화가로 전업했다. 그 후 1990년부터 지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점차 진화하는 해변동물 시리즈를 만들어내면서 정교하고 섬세한 키네틱 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플라스틱 튜브와 빈 페트병 등은 작품 완성을 위한 주요 도구이다. 
테오얀센은 작품 완성을 위한 주된 도구로 플라스틱 튜브와 빈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 튜브는 해변동물의 뼈대를 형성하는데 사용하며, 빈 페트병은 해변동물이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인 바람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간단한 재료로 만들어진 거대 조형물이 쓰러지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비결은 모든 작품들이 크랭크축, 피스톤 원리 등 기계운동의 메커니즘을 기본원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전시이자 키네틱 아트라는 장르가 아직 생소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해변동물 시리즈가 공룡과 닮았기 때문이지, 전시관의 작품들은 특히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제 해변에 설치할 경우 바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작품의 모습을 직접 감상할 수 있지만, 전시관 내에서는 실내 전시의 특성상 인공적으로 공기를 주입해야 움직인다는 점이다.

8단계의 과정을 거쳐 진화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제작된 해변동물 시리즈는 지금까지 8단계의 과정으로 진화해왔다. 전시관의 전시 작품 역시 진화 단계에 따라 점차 발전하는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움직이는 해변동물은 플라스틱 튜브를 기본 재료로 삼고, 접착테이프, 끈, 공기 호스, 고무 링 등을 사용해 척추, 날개, 신경세포, 근육 등을 표현한다. 모든 작품들은 모터 등 별도의 동력발생기 없이 공기와 바람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해변동물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다리를 이동시키고, 작은 모래언덕을 만들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최초 작품인 ‘아니마리스 불가리스’(Animaris Vulgaris)부터 자동차 광고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니마리스 오르디스’(Animaris Ordis),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최신작 ‘아니마리스 우메루스’(Animaris Umerus) 등 총 17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테오얀센은 지난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에코 아트 어워드(Eco Art Award)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긴 하지만, 산업용으로 사용하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친환경적인 작품을 만든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직접 체험하는 공간도 선보여

한편 주최 측은 전시장에서 경험했던 움직이는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관람객을 위해 별도의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관은 우주, 평면, 입체, 에너지, 스토리, 하모니, 체험(테오얀센 따라잡기), 발자취, 블록쌓기, 판화 등 총 10개의 테마 방으로 구성돼 있다.

체험관에서는 미니 플라스틱 조각, 블록 등을 이용해서 새로운 예술작품을 상상해보고 만들어볼 수 있다.

▲ 움직이는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관람객을 위해 별도의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다. 


전시 관계자는 “작품의 크기와 모양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하고, 해변동물의 뼈대와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관람객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세계에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 내면에 잠재돼 있는 예술적 감성과 창의적인 사고를 발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과 공학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한 창의적 사고가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예술과 공학의 경계는 오로지 우리 마음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는 테오얀센의 말은 작품에서 얻을 수 있었던 신선함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듯하다.

장미경 기자 | rose@kofac.or.kr

저작권자 2010.08.1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