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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DT 시론] 중기의 성장판 `개방형 혁신`

[DT 시론] 중기의 성장판 `개방형 혁신`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ㆍ기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0-08-05 21:57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자원과 역량만 고집하지 않고, 크라우드 소싱(외부 다수로부터의 아이디어 수용), 지재권 거래, R&D 협력, 혁신 브로커리지(중개자) 활용, 고객의 기술혁신 참여, 개방형 비즈니스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200만건이나 나타난다고 한다. 개방형 혁신이란 개념이 처음 논의되던 2003년 검색건수가 200건에 불과했다고 하니 개방형 혁신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개방형 혁신은 선진국의 이슈만이 아니고 국내 기업에서도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예전엔 모방 기술을 개발하면 충분했지만,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모방이 아닌 창조적으로 개발해야하고, 이는 비용과 위험요소가 크므로 이를 극복하는 개방형 혁신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 개방형 혁신이 증가하고 있음은 2009년, 2010년 각각 251개, 250개의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해 개방형 혁신 실태를 실증적 조사를 수행한 필자의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개방형 혁신의 모양과 효과는 산업마다 차이가 있다. IT 산업의 경우 일찍이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를 통해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 협력이 주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앱스토어 등을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개발된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한 개방형 생태계로 진화되고 있다.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생명과학, 제약 부분은 개발 주기별로 벤처ㆍ대기업ㆍ연구소ㆍ대학이 역할을 분담하고, 아이디어 공모나 기술 거래를 위해 혁신 브로커리지를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개방형 혁신의 모양과 효과는 산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기술혁신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개방형 혁신은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소기업에서는 개방형 혁신이 확산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꽤 많이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형 중소기업과 벤처형 중소기업으로 양분되어 있다. 하청형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에 관련해 대기업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처해왔기에 주체적 역량이 부족한 듯 싶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주체적 기술역량을 가져야 대기업과의 협상력도 강해진다. 벤처형 중소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독자적인 기술역량을 활용하다가 기술과 상품의 수준이 캐즘(초기시장과 주류시장의 간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개방형 혁신을 수용하기보다는 자사 기술에 대한 고집(Not Invented Here 신드롬)을 집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듯 싶다. 그러나 캐즘을 넘어서야 신생기업이 아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하청형이던 벤처형이던 중소기업 경영자는 개방형 혁신을 R&D만의 문제가 아닌 사업의 생존에 관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개방형 혁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국가 R&D에 공공과 민간의 조정과 협력을 강조하고 R&D 과정의 투명성이나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20여 개로 지나치게 세분화되어있는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지원 프로그램 중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는 내용은 그리 눈에 뜨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독자 기술 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필요한 기술을 쉽게 구입하고 공동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국내 중소기업의 문제점이 외부의 연구개발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지 못한 지금, 중소기업에 특화된 개방형 혁신을 위한 브로커리지 서비스 같은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정말 필요한 사업이다. 국내 공공연구에 대한 성과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등으로 잘 정리되고 있다. 이렇게 보관된 국가R&D 기술정보자원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해 활용되는 중소기업형 비즈니스 지식서비스 역시 중소기업의 개방형 혁신과 개방형 비즈니스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