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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동북아 석유비축기지 한국에 둔다 [중앙일보]

UAE, 동북아 석유비축기지 한국에 둔다 [중앙일보]

2010.08.02 19:19 입력

국영 석유회사간 MOU … 일단 200만 배럴 규모 빌려 쓰기로
석유공사, 아부다비 유전·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 길 열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석유비축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한국석유공사와 UAE 국영석유회사인 ADNOC(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는 2일 경기 안양시 석유공사 본사에서 석유비축 및 유전 개발 분야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실무 차원에서 비공개로 진행해 오던 비축기지 대여 문제가 공개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본지 5월 20일자 E1, E2, E3면>

공사는 지난해부터 UAE와 석유비축기지 문제를 논의해 왔다. UAE는 한국 내 상업용 저장시설이나 공공비축시설을 동북아 석유수요에 대응하는 물류기지로 활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2008년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할 무렵 늘려놓은 시설에서 나오는 물량을 적절한 곳에 비축한 뒤 필요할 때 빼내 파는 것이 생산시설을 줄이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원유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비축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한국이 최우선 후보지로 꼽혔다. UAE는 당초 1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기지를 빌려 달라고 한국에 요구했다.

한국 정부와 석유공사도 UAE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여 실무 검토를 해 왔다. UAE가 한국의 물류기지를 기반으로 석유판매 사업을 벌이면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여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UAE 측은 무상 대여를 요구한 반면 한국 측에서는 적정한 시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문제는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이번 MOU는 이 같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비축기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양국은 일단 비축기지 대여 규모는 200만 배럴로 하기로 합의했다. UAE가 한국에 공급하는 8~10일치 물량에 해당한다. 당초 논의된 것보다 물량이 줄어든 데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당장 UAE에 할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단 200만 배럴로 시작한 뒤 민간기지가 완공되거나 UAE 측의 요구가 있으면 늘려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여 후보지로는 울산 비축기지 지상 탱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곳에 비축하던 물량은 5월 완공된 지하기지로 옮기고 지금은 비어 있는 상태다.

한편 이번 MOU 체결로 석유공사가 UAE의 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석유공사는 조만간 ADNOC와 함께 아부다비 내 유전과 가스전 탐사를 위한 공동 평가팀을 구성할 방침이다. 한국이 중동 산유국의 유전개발에 기술적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는 주로 UAE의 심해유전 개발에 참여할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공사가 인수한 캐나다의 하베스트가 심해유전 개발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석유 매장량 세계 6위인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석유 구매처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