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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13)‘스무살 청년과의 대화’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13)‘스무살 청년과의 대화’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8-02 오전 9:19:49

앞의 두 콘서트에서 금융 발전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관점을 들여다 봤습니다. 무더위만큼이나 뜨겁게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좋습니다. 열기를 잠시 식혀보도록 하지요.

오늘은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보도록 하지요. 중국 자본시장을 얘기한 책입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주제입니다만, 아주 쉽게 썼습니다. '소설보다 재미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모든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글쓰기 원칙이라더군요.

자, 연주 시작합니다. 핸드폰 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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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차이나펀드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넣었다하면 돈이 됐지요. 상하이 주가가 무작 올랐으니까요. 그 해만 약 130%가 올랐습니다. 지수가 130%라는 얘기지, 개별종목으로 치면 서 너 배 오른 주식도 많았습니다. 중국의 주식투자 붐은 한국에 까지 지어져 '차이나펀드'광풍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08년 들면서 상하이 주가가 급락합니다. '악'소리가 나지요. 낙폭은 더 커졌습니다.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가 폭락하고 있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차이나 펀드 펌프질'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하락세 끝나면 또 오른다'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증권사의 유혹에 끌려 또 차이나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들이 다 잘 아십니다. '쪽박이었지요. 대부분 반토막 났고요. 그 쪽박의 아픔은 지금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가 중국증시 투자에서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중국증시 콘서트(한우덕 지음)'는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쓰여진 책입니다. 지난 4월 출판됐지요.



저자는 증시 구조에서 그 문제점을 찾습니다. 비(非)유통주였지요. 중국 증권당국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비유통주 개혁에 나섰고, 그 여파로 주가가 급락했음을 밝혀 냅니다. 국내에서 비유통주 개혁을 전면적으로 분석한 첫 번째 책이었지요. 독자들은 개혁 과정을 통해 중국증시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2008년 비유통주 굴레에서 해제된 물량은 약 3조 위안(약 417조 원)이 넘는다. 이는 2007년 말 중국 A주 유통주 시가총액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09년에는 다시 7조 위안, 2010년에는 9조 위안의 주식이 유통주로 전환된다. 생각해 보자. 아무리 중국경제가 잘 나간다 하더라도 이 물량을 감당할 증시는 없다."

저자는 이 땅의 차이나펀드 운영자들에게 외칩니다.

"그래프를 버려라. 중국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워게임, 더 나가 중국경제를 잃을 수 있는 혜안을 길러라."

비유통주 문제는 책의 일부일 뿐입니다. 중국증시의 설립 과정, 부정부패, 증권체제를 둘러싼 지식인들의 논쟁 등이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그런가하면 투자자, 기업, 증권사, 감독기구 등 증시를 구성하는 플레이어들의 활동을 스케치하기도 합니다. 이제 설립 20년에 불과한 중국증시가 어떻게 세계 제2위 규모(시가총액 기준)로 성장했는 지를 설명하지요.

'스무살 청년과의 대화'라고나 할까요.

"1986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 펜란 회장이 베이징에서 덩샤오핑을 만난다. 펠란은 자리를 뜨기 전 작은 선물을 하나 내놓는다. 뉴욕증권거래소 입장 허용 명찰과 주식 샘플이었다. 덩도 선물이라며 주섬주섬 무엇을 하나 꺼낸다. 중국의 제1호 주식회사인 '상하이페이러(飛樂)음향'주식이었다.

'중국에도 주식이 있다고?' 펠란 회장은 놀랐다. 믿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주식을 들고 당시 중국에서 유일하게 증권거래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공상은행신탁투자 상하이영업점을 찾았다. 사실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주식양도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펠란이 '상하이페이러(飛樂)음향'의 주주가 된 것이다.

덩샤오핑이 펠란에게 주었던 그 주식은 지금도 뉴욕증권거래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저자에게 주식시장은 중국경제를 이해하는 창구입니다. 증시라는 구멍을 통해 중국 거시경제/금융/부동산 등이 다각적으로 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놓고는 '봉이 김선달식 비즈니스'라고 했습니다. 베이징대학 린이푸 교수(세계은행 부총재)의 '활(活)-난(亂)'주기 이론을 들이대며 중국경제 사이클을 읽어 냈습니다. 핫머니가 중국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봤습니다.

저자는 중국주식 시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낙관합니다. 왜냐고요?증시는 어쨌거나 경제상황을 반영하게 될 테니까요. 제조업 생산능력과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과 내수가 통합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 소비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중국은 풀셋(Full-set)공업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자기 완결형 구조다. 그동안 주변국에 의존했던 부품을 이제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 중국에는 그럴 만한 기술이 없다고? 옛 말이다. 중국은 2000년들어 '자주창신(自主創新)'을 외쳐왔다. 교묘하게 외국 기술을 빼앗아가고 있고, 그래도 안 되는 기술은 기업을 통채로 사들인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중국에 진출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시대는 갔다.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이제 중국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시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국내 IB가 중국 IPO/M&A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기업을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것도 주요 비즈니스다. 중국진출 기업도 이제 중국증시(홍콩포함)상장을 노려야 한다. 자본시장 교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 가공생산에서 시작한 한중 경협의 패러다임이 상품교류(내수시장 진출)단계를 넘어 자본시장 교류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흐름을 어떻게 이끌고, 동참하느냐는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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