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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Contents Technology

삼성전자 3D TV 개발 주역이 밝히는 성공 뒷얘기

삼성전자 3D TV 개발 주역이 밝히는 성공 뒷얘기
`좌우 영상분리` 시행착오만 수천번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있는 3D TV 개발실 모습. <이승환 기자>
3D 입체 영화인 `아바타`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이번주에 능동형 방식의 3D LED TV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다. 3D TV 개발을 맡은 김대식 DMC연구소 수석연구원과 배영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책임을 만나 지난 5년간의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5년 초. 김대식 수석연구원은 얇은 문서 하나를 건네받았다. 제목은 `3D TV 개발`. 제목도 짧았지만 내용도 많지 않았다. 당시 전 세계 TV 시장에서 톱3에 들던 삼성전자였지만 3D TV는 낯선 분야였다.

삼성은 앞으로 TV가 얇아지고, 대형화되고, 화질도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TV 진화가 정점에 달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줘야 했다. 삼성이 3D TV 개발에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2~3명의 연구원으로 팀을 꾸려 개발 작업이 시작됐다. 목표는 컸다.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무안경식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반 TV에 1장의 영상을 보낸다면 안경식 3D TV에는 2장, 무안경식에는 최소 8~16장의 영상을 보내야 해요. 데이터양이 많아지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해상도도 떨어집니다. 안경 없이 자연스럽게 3D 영상을 즐기려면 최소 3~5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지요."

무안경식에서 손을 뗀 삼성은 안경식으로 방향을 돌렸다. 안경식에는 TV 화면에 편광판을 붙이는 수동형, 3D칩과 셔터안경을 사용하는 능동형이 있다. 삼성전자는 능동형에 주목했다. 수동형은 편광판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고 기존 TV의 화질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9월 3D TV 개발의 첫 결실을 보았다. 당시 프로젝션TV로 불리던 DLP TV에 3D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초당 120장의 영상을 보여주는 120㎐ 구동기술이 적용됐다. 3D는 영상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해 서로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인데 120㎐는초당 왼쪽에 60장, 오른쪽에 60장의 그림을 보여줘 입체감을 구현했다.

2008년이 되면서 TV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고가이던 LCD TV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다음 과제는 `3D` LCD TV의 개발이 됐다. 그러나 개발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3D TV의 핵심이 좌우 영상 분리인데 LCD TV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았다.

"막막했지요. 2005년에 3D TV를 처음 개발했을 때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2008년 7월이 되어서야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당시 LCD총괄(현 LCD사업부)에서 초당 240장의 프레임을 볼 수 있는 240㎐ LCD 패널 개발에 나선 것이다.

"240㎐가 되면서 좌우 동영상을 분리할 수 있게 됐어요. 60㎐ 4장으로 쪼개서 두 장은 좌우 이미지를 보여주고 나머지 두 장은 서로 간섭되는 이미지를 지우는 역할로 사용했지요. 일단 화면 크기가 작은 모니터에 먼저 적용해서 성공했습니다."

2008년 10월에는 이를 TV에 적용했다. 모니터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터라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화면을 보면서 개발팀은 좌절해야만 했다. 구동은 240㎐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기존 LCD 액정의 응답속도는 여전히 답답하기만 했다.

"3개월 동안 LCD 패널 개량 작업에만 매달렸습니다. 3D TV를 위해 반응속도를 높이고 화면 처리도 부드럽게 했어요. 지난해 1월 미국서 열린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3D LCD TV를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주요 고객들에게만 보여줬는데 이들이 시제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는 3D TV 양산을 위해 안경 개량작업 등 본격 준비체제에 들어갔다.

5년간 수천번 시행착오를 거친 노력은 이번주 출시할 3D LED TV와 LCD TV, PDP TV 등 삼각편대로 결실을 맺었다. 이들 제품은 3D 영상을 즐길 수도 있지만 2D 영상도 3D로 전환해서 볼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수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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