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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DT 광장] 쇼핑몰도 에코시스템 도입해야

[DT 광장] 쇼핑몰도 에코시스템 도입해야

한영섭 신도림 테크노마트 대표

10여 년 전인 1998년, `복합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이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IMF 관리체제에 막 들어서서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상황이어서 이 새로운 형태의 복합쇼핑몰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많은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에 의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이 복합쇼핑몰은 하루 최대 3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이를 모델로 한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은 우후죽순처럼 건설됐다.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 등 해외의 사업가들이 한국을 찾은 적도 있었다. 이는 특정업체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유통 상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가능했다.

신개념 쇼핑몰의 모태가 된 강변 테크노마트의 경우, 2500여 가전 및 통신 매장과 가구 및 의류점, 대형 할인마트 등이 입점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할 뿐 아니라 대형 푸드코트와 각종 음식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게임장 등도 있어 맛과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2007년 12월에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개장하여 수도권의 동서축을 잇는 유통벨트를 구축하고 강변과는 차별화해 더욱 강화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러나 최근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도 위기를 맞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따라 방문 고객이 급감하고, 얇아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1인당 구매액도 현저히 줄었다. 입점 상인들은 "요즘처럼 장사 안 되기는 처음"이라고 푸념하기 일쑤다. 이는 오랜 내수 경기침체와 함께 온라인 쇼핑몰이 주도한 유통흐름의 변화, 제조사의 유통망 강화 등 환경이 변화한 것에 따른 것이다.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도 역시 시대의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주 고객층인 신세대의 특성에 발맞춰 항상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요즘 IT, 특히 모바일 쪽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에코시스템을 접목해야 한다.

`생태계'를 뜻하는 에코시스템은 자연환경의 유기적인 관계에서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은 형태를 일컬으며 이를 쇼핑몰에도 접목을 시켜보자는 것이다. 쇼핑몰의 운영 목적을 단순 판매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콘텐츠 부분이나 구매 환경 등에 대해서는 오픈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연쇄적으로 매출 상승작용이 일어나면서 시장을 키워 가는 형태가 돼야 한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는 지금 지하와 1층 야외광장에서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이 이뤄져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고 곳곳에 쾌적한 만남의 장소가 조성되어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건물 한 층의 절반을 차지한 대형 서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과 한쪽 공간에 마련된 모형자동차 전용 경기장을 질주하는 RC카도 볼 수 있다. 매장 옥상에 위치한 하늘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사생대회에 참가하여 솜씨를 뽐내고 있거나 흐르는 인공 개울물에서 물장난을 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폐백시설로 만들어놓은 고풍스러운 한옥 앞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결혼사진촬영한다.

또한 매장 곳곳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젊은 고객들이 폰에 제시된 가격사이트의 가격을 보면서 상인들과 가격흥정을 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MD개편중인 매장의 여유공간을 커플들이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며 거닐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쇼핑몰에 당장 매출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쇼핑환경을 위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당장 매출의 변화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해야 살아남는 이 시점에서, 단기 매출에 눈이 어두워 두려워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일이다. 변화를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의 도입은 결국 쇼핑몰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선진적인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성공시키는 방안이라고 확신한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