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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천하의 노키아가 어쩌다가 … [중앙일보]

천하의 노키아가 어쩌다가 … [중앙일보]

2010.06.22 18:39 입력 / 2010.06.23 02:10 수정

스마트폰 시장서 밀리며 고전
시총 39조원 … 애플 8분의 1로
자신감 추락, 제품 출시도 미뤄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회사 노키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326억 달러(약 39조원)를 기록했다. 이날 애플의 시가총액은 2458억 달러(290조원)였다. 10년 전 애플의 14배에 달했던 노키아의 시장 가치가 이제 애플의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노키아는 여전히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실속은 떨어진다. 노키아의 올해 1분기 휴대전화 판매 실적은 전분기 대비 15% 감소했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평균 판매 가격은 4.2%나 하락했다.

가장 타격을 입은 부분이 스마트폰 시장이다. 노키아 스마트폰 가격은 전분기 대비 16.7%나 떨어졌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량도 감소했다. 노키아로선 뼈아픈 신호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그동안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성장 가도를 달려 왔다. 145년 전 핀란드 노키아의 강둑에 세워진 고무회사가 목재·펄프회사에 이어 통신회사로, 휴대전화 메이커로 발 빠르게 전환해 나갈 수 있었던 건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안목 덕분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에선 벽에 부닥쳤다. 전혀 예측 불가능한 애플이란 돌부리를 만난 것이다. 높은 시장 점유율에 안주해 고가의 스마트폰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노키아=저렴한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키아는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노키아의 자신감도 추락하고 있다. 노키아는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심비안3’의 출시를 3분기로 미뤘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2분기 휴대전화 부문의 예상 매출액과 이익률을 스스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노키아가 괜찮은 OS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으면 애플 등의 고가 시장과 중국 제조업체가 만드는 저가 스마트폰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강자의 고전은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경제연구원 손민선 책임연구원은 “제품군이 다양해 다른 곳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노키아보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리스크가 더 크다”며 “구글·MS 등과의 연합으로 고급화 시장을 견제하는 한편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빨리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