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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효과

애플효과

 

입력 : 2010.02.02 21:55 / 수정 : 2010.02.03 03:05

애플 스티브 잡스 CEO는 1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아이패드(iPad)를 발표하며“아이패드가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AP 연합뉴스

아이폰·아이패드… 한국 부품업체들 신났다
아이폰 부품 30%이상 제작 플래시메모리도 최대 고객
직접 경쟁 휴대폰·MP3는 영업이익률 하락 등 고전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작년 최신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 제조업체와 공급가격을 발표했다. 아이폰의 부품 가격 합계는 약 172달러. 아이폰에 가장 많은 부품을 대는 업체는 다름 아닌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가장 비싼 플래시메모리와 디스플레이장치, 아이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많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아이폰에 들어갈 부품을 만든다.

아이서플라이는 "최신 아이폰에 사용하는 부품의 30% 이상을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작년 국내 부품 업계 호황의 상당 부분은 애플 덕분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애플이 잇달아 발표하는 아이팟·아이폰·앱스토어·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상품들이 한국 IT 업계에 빛과 그림자를 함께 던지고 있다. 애플 제품은 많은 한국 IT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애플 덕분에 몸 값 올랐다"

반대로 국내 대표적 모바일 게임 제조업체인 게임빌 송병준 사장은 "애플의 온라인 프로그램 판매장터 앱스토어에서 회사 제품이 잇달아 판매 1위를 차지한 다음 회사 몸값이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게임빌의 역할수행게임(RPG) '제노니아'와 야구게임 '베이스볼수퍼스타즈 2009'는 각각 해당 분야 앱스토어 유료 게임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치솟았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말 앱스토어와 비슷한 윈도 모바일 마켓플레이스를 열면서 게임빌에 런칭 행사에 반드시 와달라, 제품을 사이트에 올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송 사장은 "얼마 전까지 만나기도 어려웠던 세계적 이동통신업체들이 먼저 만나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IT 기업에 애플은 말 그대로 'VIP'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생산하는 플래시메모리(이동하면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주로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가는 업체는 애플이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모니터용 LCD의 최대 고객도 애플이다. 애플이 만드는 노트북이나 컴퓨터에 들어가는 LCD의 상당량을 LG디스플레이가 만든다.

◆애플의 두 얼굴, "부품업체의 VIP" vs. "MP3·휴대전화업계의 공적"

반면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업계엔 애플은 공적(公敵)이다.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사업부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 1조1200억원에서 4분기엔 99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연초 적자였던 회사 실적이 점차 좋아졌지만 휴대전화 사업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LG전자는 사정이 더 안 좋다. 2008년 11.2%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2009년 7.3%로 떨어졌다. 특히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온 4분기 영업이익률은 1.7%에 불과했다. 국내외 고가제품 시장을 애플이 휩쓸면서 한국 휴대전화 업체의 수익을 갉아먹은 형국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애플에 부품을 팔아 내는 이익보다 완제품인 휴대전화 판매에서 보는 손해가 더 크다"고 털어놓았다.

MP3플레이어 업계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2004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며 45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아이리버는 작년 매출 1441억원, 영업적자 24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발표한 전자책으로 재기를 노리던 아이리버 주가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공개한 지난달 27일(현지시각) 13.8%, 다음날에 14.5% 빠졌다.

미국 남가주대(USC) 이관민 교수는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보여주었듯이 제조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한국에서도 애플처럼 상품이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