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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스토리텔링

애플, TV 개념까지 바꾼다

애플, TV 개념까지 바꾼다

애플 태블릿PC인 `아이패드(iPad)` 광고를 보면 사무실이나 서재 등 딱딱한 작업공간에서 일하는 모습보다는 거실 소파에서 쉬면서 아이패드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아이패드는 개인 용도보다는 가족 용도로 더 적합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다. 거실 TV 옆 잘 보이는 곳에 아이패드가 항상 비치돼 있다. 디지털 액자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가족들 사진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아침에 아빠는 아이패드로 신문을 읽는다. 그날 조간신문이 새벽 시간에 이미 아이패드로 전송된 상태다. 아이들을 등교시킨 엄마는 아이패드로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는다. 어제 보고 싶었던 책을 이미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구입해뒀다. 오늘은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두근두근하는 장면을 읽을 차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다. 지난주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은 이제 몇 판만 더 하면 완전정복이다. 동생이 게임을 마치기를 기다린 딸은 아이패드로 소녀시대 최신 동영상을 감상한다. 노래는 엊그제 다운로드받아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폰에도 전송해두고 학교에 갈 때마다 즐겨 듣는다.

애플 아이패드 출시 소식이 TV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패드가 미래 TV 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한다는 분석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기기는 TV다. 아이패드가 가족 용도로 검증된다면 애플 차기작으로 TV가 손꼽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우선 애플이 아이패드 후속으로 소위 `아이티브이(iTV)`라는 TV 수상기를 출시하게 되면 본격적인 3스크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TV와 PC(아이패드ㆍ맥북), 휴대폰(아이폰)이 한 화면처럼 끊김없이 콘텐츠를 서로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것이다.

한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애플은 최근 IT업계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인 `3스크린`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TV와 아이패드, 아이폰 화면으로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는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집에서 iTV로 동영상을 보다가 출근하게 되면 이를 아이폰으로 전달해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볼 수 있다. 이어 회사에 도착하면 아이폰 영상을 아이패드로 전송해 동영상 보기를 마치는 방식이다.

가족이 아이폰에 각자 다운받은 노래와 동영상을 아이티브이에서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최신 영화를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바로 다운로드받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콘텐츠 경쟁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TV가 애플 아이튠스 스토어와, 앱스토어, 아이북스 스토어에 자유자재로 접속하면서 단순한 TV 시청에다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게 된다. TV가 바보상자에서 스마트상자로 변신하게 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유튜브와 뉴스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TV를 생산 중이다. 애플이 TV를 내놓으면 더욱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 소니 등 기존 TV업체와 애플이 TV를 보는 인식은 다르다. 삼성 LG 등은 TV를 하나의 하드웨어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TV를 보다 잘 볼 수 있도록 TV 성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반면 애플은 TV에 대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기계, 즉 디바이스로 인식한다. 대신 TV가 다양한 콘텐츠 장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아이팟 등과도 자연스럽게 호환되도록 한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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