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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스토리텔링

[IT] 안방의 스마트TV… 구글TV 돌풍

[IT] 안방의 스마트TV… 구글TV 돌풍
시청 중에 구글 검색·북마크 기능… 한국 업계엔 ‘재앙’ 아닌 자극제
지난 5월 20일(현지시각) 세계 1위 인터넷 기업 구글이 ‘구글TV’를 선보였다. 구글이 TV 안으로 들어왔다는 건 글자 그대로 TV를 통해 구글 검색 서비스를 즐길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처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기 드라마를 보다가 출연자의 프로필이 궁금하면 리모컨으로 구글 검색창을 열어 확인할 수 있고 그 탤런트가 예전에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시청할 수도 있다. 스포츠 매니아라면 스포츠채널과 스포츠잡지 등을 모아 나만의 북마크(bookmark) 페이지를 만들어 TV 내에 보관할 수도 있다. TV 안에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쯤해서 생기는 의문 하나. 현금 동원력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우량 글로벌 회사 구글이 왜 TV사업에 진출했을까? 구글TV는 개방형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TV제조사나 케이블·IPTV 방송국은 구글로부터 구글TV 운영체계를 공짜로 받아 구글TV를 만들 수 있다. 구글이 개방형 TV를 만들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컴퓨터에 이어 모바일과 TV를 자사 광고사업용 플랫폼으로 묶어두려는 것이다. 여기에 애플이 아이패드 출시로 새로운 콘텐츠 스타일을 창조하자 ‘TV시장만큼은 선점해야겠다’는 조급증도 작용했을 것이다. 

▲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맨 왼쪽)이 6명의 동맹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구글 TV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photo AP(연합뉴스)
구글, TV의 광고 플랫폼화 노려
사람들은 간접적인 문화 콘텐츠 소비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소유하고 싶어한다. 스마트폰은 24시간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와 연결돼 사람과 사람 간 정보와 감정을 엮어낸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인터넷 검색, 게임, 채팅, 음악감상 등 모든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다. 24시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긴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컴퓨터나 TV도 애용한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만능이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단말기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휴대전화와 TV, 컴퓨터가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길 희망한다. TV를 시청하던 이용자가 갑작스러운 일로 외출하게 될 경우 시청 중이던 방송 콘텐츠를 스마트폰을 통해 보던 장면부터 연결해서 볼 수 있다면 삼성전자나 애플이 만든 자신들의 휴대전화와 TV를 묶어 판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거란 셈법이다.

IT업계에선 이를 가리켜 스리 스크린(Three Screen) 전략이라고 한다. 이용자가 TV와 모바일,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이나 단말기 시스템을 뜻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나 애플, 구글 등이 TV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TV는 거실의 중심에 배치되는 영상 콘텐츠 소비의 핵심 매체다. 스마트폰의 기술과 시스템이 TV로 이식돼 최근엔 스마트TV가 급부상하고 있다. 말하자면 스마트폰의 쌍둥이 형제 격이다.
 
바보상자에서 정보 덩어리로
요즘 TV의 트렌드는 단연 3D, 그리고 스마트TV다. 스마트TV의 가장 큰 특징은 TV가 인터넷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TV 뒷면의 인터넷 단자에 통신회사나 케이블회사가 제공하는 인터넷선을 연결하면 TV는 스마트폰처럼 24시간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다. TV로 인터넷 검색, 쇼핑, 유튜브 동영상 시청 등 인터넷으로 하던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두커니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척척 채널을 돌리면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때 말없이 영상을 전달하던 TV가 인터넷선을 만나는 순간 새로운 지능을 부여받는 셈이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사가 아니다. 구글TV 역시 단말기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기업이든 구글TV 시스템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한 후 그 대가로 광고에 필요한 이용자 수를 증가시키려는 것이다. 구글의 이런 승부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글TV에 열광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현 시점에선 구글TV가 대단히 혁신적으로 보이겠지만 구글식 운영체제는 사실 이전에도 수많은 사업자들이 시장 안착을 위해 애써온 모델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1800만가구 중 35% 정도가 디지털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디지털로 송신되는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셋톱박스를 TV에 연결해 공중파 외에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VOD(Video On Demand) 서비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TV검색 서비스, 방송 시청 도중 리모컨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티커머스(T-Commerce) 서비스도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디지털 유료방송 도입 후 10년간 케이블 회사 등 사업자들은 고객의 능동적 TV 이용을 위해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TV 화면에 직접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띄워보기도 했고 인터넷 게임과 TV를 연결시키기도 했다. 리모컨으로 모바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TV는 지극히 수동적 매체여서 고객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자들은 이를 위해 단계별 융합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실험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구글TV엔 구글 체제를 TV에 넣으면 별안간 사용자가 리모컨을 척척 작동시켜 아주 쉽게 인터넷을 이용하리란 착각이 숨어있다.

구글TV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케이블이나 TV 가전사들이 이미 기존 TV 수상기를 통해 제공하고 있거나 오래전에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아 철수했던 아이템이 총망라해 있음을 알 수 있다. TV시장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TV와 스마트폰의 영토를 지배하겠다는 구글의 원대한 전략과는 달리 그 실체는 ‘어디선가 본 듯한’ 카피캣(Copycat·모방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TV와 웹이 만난다’는 구글TV의 핵심 슬로건은 ‘TV 따로, 웹 따로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는 다수의 수동적 고객을 간과하고 있다.
 
삼성·LG 인프라 탄탄… 대응책 내야
혹자는 구글이 점점 혁신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IT산업의 지존으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글TV가 IT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기대되는 이유다. 반응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TV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가전제품 매장에서 판매되는 TV 중 스마트TV 계열이 25%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리서치기관들은 이 비중이 2013년엔 40%, 2015년엔 70%까지 확산될 거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점점 내려가고 있는 TV 가격을 감안하면 “기왕이면 나도 스마트TV!”식 묻지마 구매도 급증할 전망이다. 스마트TV 판매 증가에 따른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구글TV 출시 발표 직후 국내 언론은 일제히 ‘구글은 또 한발 앞서가는데 한국 기업은 왜 뒷짐지고 있나’ ‘국내 케이블방송·IPTV 사업자들은 안심해도 되나’와 같은 부정적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모바일 생태계의 잣대로 들이대면 한국은 언제나 뒷북만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디지털 유료방송 출범 10년의 역사를 지닌 나라인 동시에 세계 1~2위 TV 제조사(삼성전자·LG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적어도 TV에서만큼은 구글TV를 뒷방으로 몰아낼 열쇠를 갖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디지털 DNA만 제대로 모아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구글과 애플이 발표하면 언제나 ‘혁신’적인가? 그들도 시장을 잘못 읽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잘못된 전술을 쓸 때가 있다. 애플의 무수한 실패상품 명단엔 수년 전 출시됐다가 조용히 사라진 애플TV가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전문가 중 상당수는 구글TV 역시 애플TV의 형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분명한 건 그와 별개로 구글TV 출시가 누군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기업이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해법은 ‘유연한 제휴와 개방’을 모토로 한 구글TV 안에 있다. 


 / 김종원 CJ헬로비전 미디어인사이트연구소 팀장
   블로그 ‘제레미의 TV 2.0 이야기(jeremy68.tistory.com)’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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