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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콘텐츠포럼]­ 전자책,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콘텐츠포럼]­ 전자책,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기사등록일 2010.06.08
이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수석연구위원 ysy2300@kocca.kr
아이패드 발매를 계기로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2006년 ‘소니 리더(Sony Reader)’에 이어 출시된 아마존의 ‘킨들(Kindle)’이 발매 당일부터 매진사태라는 선풍적 인기를 모은 전자책 시장은 이제 종이책과의 경쟁 가능성을 넘어 종이책의 종말이라는 우려감을 낳을 정도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시장규모는 연평균 27.2%씩 성장해 2014년에는 82억 6000만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전의 CD롬이나,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전자책, DVD 백과사전 등 강력한 컴퓨터 기반 검색과 지식조회 기능 및 동영상 제공 등 질·양적인 면에서 인상적인 장점을 과시하며 종이책에 도전했던 전자책 1세대는 맥을 못추고 사라졌다. 이와는 달리 전자책 리더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킨들’이 성공하고 있는 이유로는 3G 기반 무선통신 제공, 약 35만종에 달하는 풍부한 콘텐츠 공급력, 고객의 필요성에 맞는 디스플레이 및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킨들이 ‘본연의 읽기 기능’에 충실한, 다시 말하자면 종이책과 가장 닮아 있다는 점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문자를 바탕으로 한다. 문자의 기록수단이 무엇이었든 그 옛날부터 디자이너는 문자의 배치에 대해 엄격하다 할 정도의 규칙을 만들어 적용했으며, 문자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물체를 독자로 하여금 좀더 품위 있고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도구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책이란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창작에서부터 기획, 편집, 디자인, 인쇄, 제본 등 수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의도가 집적된, 그럼으로써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 형태를 취한 것이다.

지금의 전자책은 그저 종이책을 전자 스캔해 디지털로 전환한 것, 다시 말해 종이책을 모태로 하면서 단지 표현을 종이에서 전자적 디스플레이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전자책 가운데 PDF만이 유일하게 종이책의 맛을 그대로 살려 서비스 할 수는 있지만, 디스플레이 크기에 제한이 있다. ePUB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융통성이 있어 하나의 콘텐츠를 휴대폰, PMP, PC, 리더기 등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책 본래의 특성인 종이책의 맛을 살리지는 못한다. 참다운 책읽기 체험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전자책의 미래는 레이 커즈와일이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말한 ‘기술의 생명주기 5단계’에 속하는 ‘책이라는 이름을 빌린 가짜(pseudo)책’에 그치고 말 것이다.

종이가 아닌 디지털 디스플레이 위에 구현되는 전자책은 그 새로운 표현형식에 맞는 새로운 창작, 기획, 구성, 디자인이 필요하다. 수많은 장점을 지닌 전자책이 새로운 ‘읽기 경험’의 수단으로서 기능하며 콘텐츠와 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점에서 지난 5월 말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WIS) 2010’에 출품된 ‘실감 상호작용형 디지로그북’은 전자책과 종이책의 상생과 발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