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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소셜 마케팅

[新융합시대]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新융합시대]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06.05 18:23

◆신융합시대 라이벌 & 파트너◆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을 비롯해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 제럴드 퀸들러 로지텍 CEO, 브라이언 던 베스트바이 CEO, 찰리 어진 디시네트워크 회장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 대표들이 모였다. 무대 뒤편에는 'Google TV. TV meets Web, Web meets TV(구글 TV. TV가 인터넷을 만나고, 인터넷이 TV를 만난다)'라는 글귀가 걸렸다.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20년간 TV에 인터넷을 집어넣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50년 된 낡은 기술(TV)과 새롭게 등장한 기술(인터넷)을 결혼시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오늘이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구글 TV 플랫폼 개발을 위해 구글이 소니, 인텔 등과 손잡고 연합군을 결성한 순간이다. 시장에선 컴퓨터와 가전으로 나뉘었던 소니와 인텔이 구글과 손을 잡게 된 것은 가전제품이 IT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2차전지업체 SB리모티브는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설립한 배터리업체다. 파나소닉EVE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제휴한 회사다.

르노-닛산과 NEC가 손을 잡은 AESC는 닛산의 전기자동차 리프(LEAF)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의 배터리업체인 GS유아사는 지난해 혼다와 함께 블루에너지를 설립했다. 미국 배터리업체 A123은 GM이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업체와 자동차 관련 업체의 '이종(異種) 제휴'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성이 낮았던 이종산업 간 융합(컨버전스)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주변에서 휴대폰을 활용해 쇼핑이나 금융거래를 하고, 사진을 찍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전통산업의 대명사인 토목, 건설도 마찬가지다.

IT서비스를 결합해 공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사이버 아파트를 광고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통신과 자동차산업의 결합으로 원격조정이나 텔레매틱스기술은 이미 현실화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바로 디지털 컨버전스가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휴대폰+디지털카메라, PC+통신기기, 정보가전의 경우처럼 기기의 융합이 출발점이 됐다. 디지털기술이 발전하면서 다른 제품군에 속했던 기기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융합의 개념은 이미 70년대에 나왔지만, IT가 중심이 된 컨버전스는 PC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PC를 중심으로 디지털 가전제품들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있었지만, 제품으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었다.

IT기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컨버전스가 본격화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다.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하나의 기기가 여러 가지 다른 기능을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었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케 된 것"이라며 "통신기술, 디스플레이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점들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에 카메라, 게임, 멀티미디어 등의 기능이 집중되는 게 대표적 사례다.

기능 넘어서 산업 간 융합

기기 간 융합에 뒤이어 전통산업과 IT 간 융합 및 서비스 결합이 활발해졌다.

특히 IT를 중심으로 통신과 방송 서비스는 물론 자동차, 조선 등 다른 분야와의 접목이 그것. 자동차에 IT가 결합, 텔레매틱스산업이 발전하거나 기존 콘텐츠사업에 인터넷이 더해져 e-러닝산업 등이 발전했다.

대표적 굴뚝산업인 조선업체에서 무선인터넷망을 이용, 생산성을 높이는 것 또한 IT 융합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금융산업은 IT와 결합, 인터넷 금융 나아가 모바일 금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결제는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인프라 융합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과거 분리돼 있던 방송과 통신이 결합돼 다양한 서비스가 나온다. IPTV가 대표적 사례. 박선희 한국연구재단 융합과학단장은 "방송과 통신이 합해져 거대한 인프라들이 융합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프라 융합을 통해 제품의 혁신이나 신규 서비스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종산업 간 융합으로 이어져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기술발전과 함께 다른 산업분야와의 결합이 가능해지면서 산업지형도가 변하고 있는 것. 자동차에 배터리가 더해져 전기차가 나오고, 여기에 IT까지 더해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동차가 나오게 된다. IT에 건설, 친환경 기술이 더해져 U-시티가 등장했다.

모바일 컨버전스는 극명한 예다.

휴대폰에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이 더해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했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협력하던 업체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거나, 소니와 구글의 사례처럼 경쟁관계에서 협력자가 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컨버전스는 기회이자 위협이다.

새로운 산업 기회를 만들 수 있고, 이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특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기존 굴뚝산업 기업들에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IT 혹은 다른 산업과의 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 조명업체들이 LED와의 결합을 통해 저탄소 녹색산업으로 거듭난 게 대표적이다. 2차전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LG화학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석유화학업체에서 벗어나 배터리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았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에도 내부에서 무용론이나 전자회사에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말들이 많았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사업을 포기했었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쟁 구도도 발생한다. 기존의 경쟁과는 달리 모든 산업영역에서의 전면전이 시작돼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 휴대폰 제조업체 1위인 노키아의 1분기 이익률은 12% 수준이지만, 새 경쟁자인 애플은 40%를 넘어선다.

현재 컨버전스는 새로운 단계로 진행 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은 "통신서비스, 장비, 소프트웨어 등 과거 수직적으로 별도 존재하던 산업이 수평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는 원솔루션 욕구가 강해지고 있고, 애플과 구글 등이 이미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Out-Solution 기업 나올 수도

수년 내에 산업지형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발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융합산업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는 것. 송기홍 대표는 "컨버전스 시대에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만 해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경쟁자와 파트너들이 속속 등장할 수 있다. 박선희 단장은 "기술 간 융합이 산업에 자극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사장될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혁신기술이 산업에 접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김병수(팀장) 기자/ 김경민 기자 / 김충일 기자 / 정고은 기자 / 김헌주 기자 / 윤형중 기자 / 사진 = 성혜련 기자 / 연수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9호(10.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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