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한스타일

음식 맛의 끝은 그릇에 있다? 숨 쉬는 그릇, 도자기가 뜬다

음식 맛의 끝은 그릇에 있다? 숨 쉬는 그릇, 도자기가 뜬다

요즘은 생활 도자기 시대. 예전 같으면 장식장에 모셔놨을 법한 도자기를 식탁에 올리는 집이 꽤 많다. 고가의 도자기 그릇들이 1만~2만 원대 생활 그릇으로 타깃을 바꾼 까닭이다. 생활 도자기 사용이 주는 즐거움에 빠진 주부들부터 이들에게 인기 있는 생활 도자기 선택·관리법까지.

생활 도자기, 쓸수록 매력 있네! 이유 있는 도자기 사랑
결혼 10년 차 박은영(40·경기 부천시 역곡동)씨는 요즘 주방의 그릇 바꾸기에 여념이 없다. 시집올 때 친정 엄마가 장만해준 ‘깨지지 않는 그릇’에 질렸다는 박씨가 새 그릇을 구입하려고 찾은 곳은 이천 도자기축제 현장. 박씨는 이참에 깨지고 나이도 먹는 생활 도자기를 부엌살림으로 들일 계획이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살림이 좋아졌다”는 게 박씨가 밝힌 이유.
다섯 살배기의 엄마 정희(37·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아이에게 조심성을 길러주기 위해 도자기 그릇을 들인 케이스다. 흔히 안전성을 고려해 아이 그릇은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그릇을 선택하지만, 정씨 생각은 달랐다. “도자기 그릇은 소리부터 빛깔까지 플라스틱 그릇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게 많죠. 아이에게 살아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칭 생활 자기 마니아 이효숙(54·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도자기를 그릇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다. 도자기는 어디에 세팅해도 잘 어울린다는 게 그의 얘기. 특히 손님상에 도자기 그릇을 올리면 한층 품위 있어 보이고, 음식의 맛과 온도도 잘 보존된다. 모두 흙으로 빚어 숨 쉬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자연주의 시대에 맞춰 도자기가 인기다. 저렴해진 가격대도 생활 도자기 바람을 몰고 온 원인. 이제 맘만 먹으면 우리 집 식탁에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올릴 수 있는 시대다.
투박함은 가라! 도자기도 스타일이 대세
달라진 먹을거리 문화에 맞춰 생활 도자기도 달라지고 있다. yido 홍보팀 허수경 과장은 “상에 오르는 그릇 가짓수가 줄어들면서 생활 도자기 역시 다용도 사용이 가능한 디자인이 인기”라고 설명한다. 밥그릇, 국그릇처럼 한식 상차림에 꼭 필요한 그릇 외에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릇들이 인기가 많아진 것. 한식, 양식 두루 담아 낼 수 있는 그릇들이 선보이고 있다.
‘스타일’에 보다 집중하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파스타 같은 서양 요리를 도자기 그릇에 담아 내는 테이블 세팅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생활 도자기의 다양한 쓰임새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사용할 도자기 그릇을 선택할 때는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허수경 과장은 반드시 도자기 그릇을 만져보고 구입하라 조언한다.
“도자기의 안과 겉을 만져보아 크게 걸리는 부분이 없이 매끈하게 마무리되었는지 살펴보세요.”
컵이라면 입이 닿는 부분을, 일반 그릇은 식탁에 닿는 바닥 부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무게도 고려해야 할 사항. 너무 무거우면 설거지가 어렵고, 보관할 때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릇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음식이 담겼을 때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릇을 선택할 때 어떤 음식을 담으면 좋을지는 물론, 전반적인 우리 집 상차림의 스타일은 어떤지, 현재 있는 다른 그릇들과 잘 어울릴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쓰임에 따라 광택 유무도 살펴봐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식에는 무광이 투박한 맛이 나서 잘 어울린다. 무광과 유광을 섞어 상에 올리면 스타일이 떨어진다.

세제는 No~ 도자기 그릇 오랫동안 사용하는 법
도자기 그릇을 사용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구입을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막 쓰기 불편하지 않을까?’ ‘관리가 까다롭지는 않을까?’등이 구입을 앞두고 많이 하는 생각. 하지만 도자기 그릇을 사용해본 선배들은 대부분 ‘No’라 답한다. 무엇보다 도자기가 쉽게 깨지는 소재가 아닐뿐더러, 다루기 힘든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다.
족히 10년 전부터 사용하던 도자기 그릇을 지금껏 애용한다는 다큐멘터리 작가 박지현씨는 해마다 여름이면 도자기 그릇 삶기에 나선단다. 팔팔 끓는 물에 그릇을 몽땅 넣어 삶고 쨍쨍한 햇볕에 말리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박씨가 도자기 그릇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비결. 평소에는 되도록 설거지통에 오래 담가두지 않는 것도 도자기 그릇을 오래 쓰는 비결이다. 밝은 색 그릇일수록 얼룩이나 물때가 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곧장 헹구는 게 좋다. 그릇장에 보관할 때는 도자기 그릇과 그릇 사이에 종이를 끼워두는 것도 잊지 말자. 그러면 도자기끼리 부딪혀 생기기 쉬운 스크래치를 방지할 수 있다.
끝으로 도예가 이윤신씨는 그릇보다 그릇을 사용하는 이의 마음을 당부한다.
“굳이 다루기 어려운 도자기를 일상생활에 사용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겠죠. 하지만 늘 쓰는 밥그릇 하나만 바뀌어도 손끝에 정성이 담기게 마련이죠. 조심하고, 빠르던 손놀림에도 여유도 생기고요. 그릇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마음을 움직이는 그릇, 부엌살림에서 찾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취재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사진 제공 yido 도움말 이윤신(도예가)ㆍ허수경 과장(yido 홍보팀)ㆍ박지현(다큐멘터리 작가)

미즈내일